시를 읽읍시다. 2024년 7월 29일 |
흰고래 벨루가
고영미
아빠 엄마 손 잡고
아쿠아리움 오는 가족 보면
엄마 아빠 동생 보고 싶은데…
벨루가에게
지꾸 춤추라 해요.
방긋 웃으라 해요.
벨루가 마음도 모르면서
벨루가. 누군가 했더니 북극과 그 주변 바다에서 사는 흰고래를 부르는 이름이에요.
그런데 벨루가는 지금 바다에 있지 않고 도시의 아쿠아리움에 갇혀있어요. 벨루가는 슬퍼요.
어린이들이 엄마 아빠 손잡고 아쿠아리움에 오는 것을 보면 자기도 엄마 아빠 동생이 보고 싶거든요.
벨루가는 왜 이곳에 갇혀있는 것일까요?
오늘도 바다에서는 엄마 아빠 동생이 벨루가가 돌아오기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을 텐데요.
벨루가를 바다로 돌려보낼 순 없나요. 벨루가가 너무 불쌍해요.
벨루가가 하얀 몸에 멜론 같은 머리를 가지고 있는 걸 보고 사람들이 귀엽다고 해요.
때로는 벨루가가 사람의 말을 흉내 내기도 한다는군요.
하지만 그것이 벨루가를 수족관에 가두어야 할 이유가 될 수 없어요.
우리가 진심으로 보고 싶은 것은 벨루가가 수족관에 갇혀 억지로 춤추거나
웃는 표정 짓는 것이 아니라 넓고 푸른 바다에서 하얀 물살을 가르며
힘차게 헤엄치는 생명력 넘치는 모습이에요.(전병호/아동문학가ㆍ시인)
* 고영미 시인은 2011년 아동문예 신인상을 받았고, 2024년에 동시집 ‘신문 읽는 지구’를 펴냈어요.
<출처> : 소년한국일보(https://www.kidshankoo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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