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읽읍시다. 2024년 8월 26일 |
젖소를 처음 본 개미
김경구
쉿!
쟤 좀 봐!
몸에 까만 구름이
동글동글 모여 있어
쉿!
조용히 해봐!
우리가 줄줄이 수다 떨며 가면
시끄럽다고 화낼지도 몰라
잘못했다간 까만 구름에서
비를 뿌릴 거야
앞으로 쟤들이 모여 있는 곳에서는
특별히 조심해야겠어
잘못했다간 순식간에
후두둑 비가 떨어져
몽땅 떠내려갈지 몰라
자!
입은 꽉 다물고
발걸음을 최대한 가볍게
그렇죠. 젖소를 처음 본 개미는 젖소 몸에 난 무늬를 까만 구름이 동글동글 모여 있는 것으로 보았을지 몰라요.
까만 구름이라면 비가 가득 들어있을 텐데요. 만약에 말이에요. 젖소 밑을 지나가는데 비가 쏟아져 내린다면
개미들은 몽땅 떠내려가고 말 거예요.
사실은, 들판에서 풀 뜯는 젖소 밑을 개미가 줄지어 지나가는 아주 평범한 장면일 뿐인데요.
젖소와 개미는 아무 관계가 없어요. 그런데 시인은 상상력을 발휘해 아주 재미있는 이야기가 들어 있는
동화 같은 장면을 만들어냈어요. 젖소가 시끄럽다고 화를 내면 비가 쏟아질 테니까 우리 입은 꽉 다물고
발걸음은 최대한 가볍게 얼른 지나가도록 해요. 쉿! 조용히. (전병호/시인ㆍ아동문학가)
* 김경구 시인은 2009년 사이버중랑신춘문예에 동시가 당선되었고, 2024년에 동시집 ‘주사위의 달콤한 소망’을
펴냈어요.
<출처> : 소년한국일보(https://www.kidshankoo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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