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읽읍시다」 2024년 9월 30일 |
덤
김현숙
보기만 해도
알알이 꽉 들어차 배부른
붉은 수수밭에
덤으로
빨간 잠자리 떼
또 덤으로
파란 가을 하늘
제 값어치 외에 거저 조금 더 얹어 주는 일, 또는 그런 물건을 덤이라고 하지요.
예를 들면 시골 장터 노점에서 사과를 한 바구니 샀는데 한두 개 더 얹어주는 것을 말하지요.
‘인심이 후하다’, ‘넉넉하다’ 이런 뜻으로 사용되는 말이기도 해요.
시인은 지금 가을 수수밭에 가서 수수알이 꽉 들어찬 것을 보고 매우 흐뭇해하고 있어요.
가뭄에 밭이 타들어 가거나 태풍이 비바람을 몰고와서 몰아칠 때는 이겨내느라고 무척 힘들었는데요.
지금은 그 힘든 날을 보답이라도 하듯 수수알이 알알이 잘 영글었거든요.
가을의 보람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기쁜데요.
고개 숙인 수수밭 위로 파란 가을 하늘이 뜨고 빨간 고추 잠자리 떼 지어 날고 있어요.
마침내 가을이라고 하면 문득 떠오르는 한 폭의 풍경화가 덤으로 완성되었어요.
(전병호/ 시인ㆍ아동문학가)
* 김현숙 시인은 2005년 <아동문예>로 등단해서 2024년 세 번째 동시집 ‘콩나물 학교’를 펴냈어요.
<출처> : 소년한국일보(https://www.kidshankoo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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