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읽읍시다」 2024년 10월 28일 |
젓가락
오선자
밥상 앞에서
다짐한다
나 혼자는
아무 소용이 없어
너 혼자도
아무 쓸모가 없어
우린
언제나
함께 있어야 빛이 나지
한 쌍으로 이루어진 것을 찾아볼까요? 우선 젓가락이 있어요.
신발도 있고요. 장갑, 귀마개, 양말, 안경, 장화도 있어요.
생각해보니 팔도 두 개요. 다리도 둘입니다.
눈도 둘이요. 귀도, 콧구멍도, 눈썹도 두 개이지요.
자전거도 앞바퀴와 뒷바퀴가 있고요. 사람도 남자와 여자가 있어요.
하나만 따로 떨어져 있으면 제 몫을 다 할 수 없어요.
둘이 함께 할 때 비로소 제 몫을 다 할 수 있어요.
그래서 둘은 둘이 아니라 하나이어요.
더 넓게 생각해보면 미움과 사랑의 마음도 둘이 아니고 하나이며,
좋음과 싫음의 감정도 둘이 아니라 하나이지요.
모두 내가 마음 먹기에 따라서 천, 만 가지로 나뉘어지는 것, 그 근본은 하나이지요.
둘이 함께 할 때 우리는 빛나는 하나, 정다운 하나. 젓가락 만세!
(전병호 / 시인ㆍ아동문학가)
* 오선자 시인은 1994년 <아동문예>로 등단했으며, 2024년에 동시집 ‘말하는 전봇대’를 펴냈어요.
<출처> : 소년한국일보(https://www.kidshankoo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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