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읽읍시다」 2024년 11월 11일 |
시험 보는 거야?
박영숙
엄마,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 중 누가 젤 좋아?
짜장, 짬뽕, 치킨, 과자 중 뭐가 젤 좋아?
산, 바다, 강, 들판 중 어디가 젤 좋아?
어른들은
왜,
꼭,
하나만 고르라 할까?
내 머릿속은
싸움이 일어나는 줄도
모르고 말이야.
짜장, 짬뽕, 치킨, 과자 중에서는 뭐가 젤 좋은지 쉽게 대답할 수 있고요.
산, 바다, 강, 들판도 어디가 좋은지 금방 대답할 수 있어요.
그런데 어른들은요. 왜, 꼭, 누가 더 좋으냐고 물어볼까요?
엄마,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 모두 나에게 아낌없는 사랑을 베풀어주시는 분들인데요.
그 분들을 어떻게 순위를 매길 수 있나요?
하기야 아주 어렸을 때는 별 생각 없이 얼른 대답하기도 했어요.
조금 더 큰 다음에는 무어라고 말해야 좋을지 몰라 쩔쩔매고요.
맞아요. 중요한 사실은 그때마다 어른들은 한결같이 나를 궁금한 눈으로 바라보고 계셨다는 사실이에요.
어른들은 내가 무어라고 하는지 그 답을 들으면서 내가 얼마만큼 성장했나?
확인하고 싶었던 것이지요.
어쩌면 그 답을 찾는 긴 시간이 나를 조금씩 성장시키고 있었던 것인지도 몰라요.
(전병호/시인ㆍ아동문학가)
* 박영숙 시인은 2022년 <시와 소금> 신인상으로 등단했어요.
2024년 첫 동시집 ‘해님이 야금야금’을 펴냈어요.
<출처> : 소년한국일보(https://www.kidshankoo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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