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서 소개]
사람의 마음을 담아낸 우리 그릇 이야기
사람은 먹어야 살 수 있다. 그러므로 음식을 만들거나 담는 그릇은 인류가 탄생된 시점부터 사용되었을 것이다. 아마도 당시의 그릇은 자연물을 그대로 사용한 껍질이 단단한 식물의 열매나 조개 따위였을 것이다. 기나긴 구석기시대가 끝나고 신석기시대가 시작되면서 드디어 조상들은 그릇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빗살무늬토기라고 부르는 이 그릇은 아래가 뾰족한 모양이어서 땅을 파고 밑 부분만 묻어 세웠을 것으로 짐작되는데, 조상들은 흙을 빚은 다음 점과 선을 눌러 찍어 자신의 세계관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그 후 그릇은 문화가 발달하면서 생활용품에서 새로운 모양을 창조하거나 그림을 그려 넣는 예술품으로 발전하였다. 신라의 토기와 고려의 청자, 조선의 백자에서 우리는 이런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이 책은 일상생활에서 무심코 대하는 그릇의 내력 위에 시인의 상상력을 더해진 이야기 동시집이다. 빗살무늬토기로부터 오늘날 흔히 쓰는 그릇까지 시인이 동시로 빚어낸 이야기는 쉰한 가지나 된다.
무슨 꽃일까?/ 접시꽃도 닮았고/ 코스모스도 닮았어.
이 접시는/ 틀림없이/ 꽃을 사랑했던 사람들이/ 만들었을 거야.
1000년 넘게/ 시들지 않는/ 꽃이/ 아직 살아 있거든.
- 「꽃 모양 접시」 전문
화려하든 소박하든 꽃은 보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그래서인지 꽃은 우리 삶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백제의 고이왕은 금꽃을 이용해 관을 만들었고, 조선에서는 문무과에 급제한 사람에게 임금이 종이꽃을 하사했다. 이 외에도 꽃은 작가나 화가에게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뜻을 은유적으로 담을 수 있도록 소재가 되어 주기도 했다. 그렇다면 꽃 모양 접시를 만든 그 누군가는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었을까? 그가 만든 꽃 모양 접시는 천 년이 지나도 시들지 않은 채로 지금도 고스란히 박물관에서 피어 있다. 다른 것으로 대체 불가능한, 꽃만이 줄 수 있는 감동을 작가는 또한 ‘꽃 모양 접시’를 보면서 자신의 이야기로 그려내고 있다.
시인은 그릇 유물들의 특성을 그림과 함께 보여 주면서 다양한 무늬와 모양, 빛깔, 형태, 제작 방식 등도 놓치지 않으려고 애쓴다. 자칫 도식화되기 어려운 소재를 시인은 상상력을 통해 은유적으로 전달하려 노력하고 있다. 사람의 마음마저 담아낸 그릇 동시를 읽다 보면 우리 문화의 우수성에 대해 자긍심을 갖게 된다.
[저자 소개]
최봄 선생님은 경남 마산에서 태어나 2006년 울산아동문학신인상(동화부문), 2007년 아동문예문학상(동화부문)을, 2018년 푸른동시놀이터 신인상을 받아 동화와 동시를 함께 쓰고 있다. 샘터상, 천강문학상, 울산문학작품상을 수상했다. 펴낸 동화책으로 『도서관으로 간 씨앗』, 『앞치마를 입은 아빠』, 『1,2,3,4,선생』, 『해녀 새벽이』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