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드나무 약국 / 신재순
버드나무 껍질로
두통약을 만든다는 말을 들은 날부터
나는 버드나무 약국을 생각했다
머리 아픈 엄마가 약 사러 가는 길가에
버드나무 가로수를 심어야지
수양버들이면 밤길에 무섭지 않게
나뭇가지를 알맞게 잘라 주어야겠다
노랗게 빨갛게 꿈틀대는 버드나무 꽃봉오리를
애벌레라며 엄마를 놀리진 말아야지
엄마가 길 끝에 있는 버드나무 약국에
도착할 때쯤 머리는 맑아져서
"아차, 내가 여기에 왜 왔지?"하다가
"우리 아이 줄 달콤한 비타민 하나 주세요."
하고 나왔으면 좋겠다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길,
버드나무 이파리들이 엄마 머리를
살랑살랑 만져 주어서 문을 열고 들어온 엄마가
"왠지 이 길은 누가 날 위해 만들어 놓은 길 같아."
하고 몰랐으면 좋겠다.
---------------<동시마중 올해의 동시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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