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털하게 땅을 기어간다고
아무거나 타고 올라간다고
흔하디흔한 꽃이라지만
예쁘지 않은 꽃이라지만
그보다 따뜻한 꽃이 없지
그만큼 넉넉한 꽃은 없지.
땡볕에 몽롱하던 날
찾아온 땅벌 한 마리
주린 배 가득 먹이고도
단 꿀 한 통 들려 보냈지.
크고 넓은 잎 치마폭엔
반가운 이 오면 주려고
싱싱한 애호박 하나
남몰래 키우고 있지.
『어느 데인지 참 좋은 델 가나 봐』, 권정생 외 시 · 서현 외 그림, 문학동네,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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