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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 가루 (정준호)

작성자이옥근|작성시간23.01.11|조회수155 목록 댓글 1

가루

                        정준호

 

할머니는 평생

밀가루 반죽을 빚으셨어

칼국수와 수제비를 잘 만드셨지

할머니는 고맙다고

절이라도 하듯

점점 구부정해지셨어

봄엔 꽃가루 알레르기가 있으셔서

기침을 하셨어

기침 소리에 놀라

작은 꽃잎들 떨어질까 봐

조용조용 입을 가리셨어

쪼끄만 땅 짐승 놀랄까봐

발 소리를 줄이다가

점점 가벼워지셨어

작아지고

조용해지고

가벼워져서

할머니는 이제

희고 둥근 항아리 속으로

들어가셨어

무섭지만 나도

손을 넣어 만져보았어

흰 가루가 담긴

항아리 속에서

지금도 따뜻하셨어

박수를 치면서

가루 묻은 손을 털었어

하늘에서도 반기듯

밀가루 같은

할머니 가루 같은

눈이 내렸어

펑펑 내렸어

 

(2022년 매일신문신춘문예 동시당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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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이시향 | 작성시간 23.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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