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키우는 달
ㅡ류경일
나는 달을 키우고 있다
지난 겨울밤 동장군이 난리 칠 때
학원 다녀오는 내 뒤를 따라
내 방까지 들어와 버린 초승달을
엄마 허락도 없이 몰래 키우고 있다
먹이도 목줄도 필요 없고
"월월" 짖지도 않는다
얌전히 눈빛만 먹고 살아서
하늘에 풀어놓고 키워도 걱정 없다
어두운 밤길 나서면
나만 졸졸 따라다닌 달
초승달, 상현달, 보름달
자라는 모습만 보아도
키우는 맛이 달달한 달
추운 오늘 밤에는 달달달달
떨고 있는 야윈 그믐달에게
따스한 눈길을 보내 주었다
오래
<동시 먹는 달팽이> 2021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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