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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 잠시 안녕 (안진영)

작성자이근정|작성시간23.04.17|조회수90 목록 댓글 0

잠시 안녕

 

                              안진영

 

엄마, 나 먼저 갈게.

가서, 엄마 좋아하는 

된장찌개 끓이고 있을게

이 세상 백 년이

저 세상 하루라니까

보글보글 찌개 끓이고 있으면

엄마도 곧 도착하겠지?

엄마 도착하면 우리

역할놀이 끝나니까

다음 꿈을 꾸고 있어도 

좋을 것 같아 

엄마의 엄마나 아빠가 되는 꿈

 

아, 이제 진짜 가야겠네. 

푸른 돌고래들이 지느러미를 터느라 

폭풍처럼 요동을 치고 있어 

저마다 한 사람씩 태우고 

푸른 하늘로 솟구쳐 오를 거야 

검푸른 밤도 끌고 가겠지 

우리는 돌고래의 눈에서 

별처럼 빛날 거고 

잠시 그렇게 빛이 되었다가

남쪽 하늘 따뜻한 우리 집으로 

먼저, 가 있을게.

엄마, 안녕

잠시 안녕

 

『난 바위 낼게 넌 기운 내』,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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