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안녕
안진영
엄마, 나 먼저 갈게.
가서, 엄마 좋아하는
된장찌개 끓이고 있을게
이 세상 백 년이
저 세상 하루라니까
보글보글 찌개 끓이고 있으면
엄마도 곧 도착하겠지?
엄마 도착하면 우리
역할놀이 끝나니까
다음 꿈을 꾸고 있어도
좋을 것 같아
엄마의 엄마나 아빠가 되는 꿈
아, 이제 진짜 가야겠네.
푸른 돌고래들이 지느러미를 터느라
폭풍처럼 요동을 치고 있어
저마다 한 사람씩 태우고
푸른 하늘로 솟구쳐 오를 거야
검푸른 밤도 끌고 가겠지
우리는 돌고래의 눈에서
별처럼 빛날 거고
잠시 그렇게 빛이 되었다가
남쪽 하늘 따뜻한 우리 집으로
먼저, 가 있을게.
엄마, 안녕
잠시 안녕
『난 바위 낼게 넌 기운 내』,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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