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평역
ㅡ김풀
아기 고라니가 차표를 들고
코스모스 가득한 철길을 걸어와
기차를 기다려요.
새털구름 가득 떠 있는 파란 하늘
양철 지붕으로 쏟아지는
따스한 가을볕에
꾸벅꾸벅 졸던 고양이 역장이 하품하다가
멈춘 지 오래인
큰 괘종시계를 확인하고 깃발을 들어요
붉은 깃발
하얀 깃발
비둘기 할아버진 날개가 아픈지
오자마자 대합실에 배를 깔고 눈을 감고
''이 기차가 막찬교? ''
고구마 보따리를 가득 지고 온 멧돼지 할머니가
땀을 닦으며 고양이 역장에게 물어요.
모두가 기다리는 기차
차표는 코스모스 꽃잎 한 장
고양이 역장이
바람과 함께 들어오는 기차를 향해
붉은 깃발을 흔들어요.
펄럭펄럭~
단풍잎 같은 붉은 깃발을 보며
덜컹!
찬 겨울 문이 열려요.
김풀 동시집<아빠를 버리는 방법>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