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을 구경함
ㅡ호주머니 속에 사탕 네 개가 있다고 생각해 보자
김륭
하나는 무조건 그 애에게
아니, 이미 그 애 입 안으로 쏘옥
들어갔다고 생각하면,
사탕 세 개가 남는다. 사람 셋이 생긴다.
짝꿍? 할머니? 동생? 아님, 학교 마치고 집에 갈 때 가장
먼저 만나는 사람? 선생님?(3학년 때 선생님일지 지금 선생
님일지는 생각을 좀 해 봐야 함) 내일쯤 내게 고백할지 모
르는 또 다른 그 애?
입보다 먼저 머리를 달콤하게 하는
사탕 세 개가 있다.
아차! 나를 빼먹을 뻔했네. 하지만 나는 사탕 주인이니까
마지막에
사탕 두 개가 있다. 사탕이 다 녹기 전에
결정해야 한다. 나를 달콤하게 할
사람 둘
하나는 그 애 입 속에서, 하나는 내 입 속에서 사르르
벌써 녹아 사라지기 시작하는데
아직 호주머니 안에 있는 사탕 두 개가
슬슬 심심해지는 금요일
오후
* 김륭 동시집 <내 마음을 구경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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