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 꽃씨와 아이
조수옥
멜빵바지 입은 한 아이가 길섶에 쪼그리고 앉아 민들
레 꽃씨를 붑니다. 입술을 쭈욱 내밀며 후~ 후~ 하고
불자, 요런 간지러운 봄바람은 처음인 걸 하며 민들
레가 하늘에 꽃씨를 퍼뜨립니다. 꽃받침을 베고 잠든
잠꾸러기 꽃씨 하나 머뭇댑니다. 아이가 연거푸 후훗!
하고 불어대자 그제야 기지개를 켜며 쫓기듯 날아갑
니다. 아이가 자리에서 일어서자 까까머리가 된 민들
레가 내년 봄에 다시 보자며 꽃대궁을 흔들어댑니다.
[2024 조선일보 신춘문예 동시 당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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