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로 간 빨래집게
한혜영
나이 많은 집게들은
늙은 사자처럼 이빨이 시원치 않다
먹잇감을 사냥할 때의
젊은 사자처럼
꽉!
물고 있어야 하는데
빨래가 조금만 몸부림쳐도 놓쳐버린다
주인아줌마가 그런 집게들은
쏙쏙 골라서 치과로 보내버리고
우리처럼 탄탄한 이빨을
자랑하는 집게들은 쉬는 날이다
비어있는 빨랫줄에
쪼르르 모여
하늘에 펼쳐놓고 말리는
구름빨래나 구경하면서 놀고 있다
『치과로 간 빨래집게』 (상상아/20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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