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가방
ㅡ강기원
돌아가신 할머니가 남겨 놓은 가방
지퍼를 여니
가방 속의 방
방 속의 쪼그린 할머니
낡은 성경책을 들고
성경을 읽으시네
입술이 타는지
누룽지 맛 사탕을 입에 넣고 굴리시네
내가 들여다보는지도 모르고
뿌예진 손거울 들고 흰머리 뽑으시네
저러다 대머리 될라
내가 혀를 끌끌 차는지도 모르고
이제 지갑을 열어 남은 돈 세어 보시네
우리 강아지 선물 사 줄 돈 남아 있나 하시면서
나는 그만
조용히 할머니를 닫네
방을 닫네
가방을 닫네
*강기원 동시집 <우리 여우 꿈을 꾼 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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