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지 돌
최문영
할머니 집 부엌엔
모카빵 닮은 돌이 하나 있지.
처음엔 잘 구운 빵인 줄 알았다니까.
오이지 담글 때 쓰는 누름돌이래.
할머니랑 만난 지 52년이나 된 돌이야.
여러 개가 있었는데 이사 오면서
저 돌만 같이 왔대
할머니가
할아버지를 한 번 보고
오이지 돌을 한 번 봐.
"저 돌은 다 알지. 다 알아. 모르는 게 없어."
할머니는 누름돌로
떠다니는 마음을 눌러 두지.
동시마중 레터링 서비스 《블랙》 제86호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