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무라기의 마음
ㅡ안학수
배 고프고 오갈 데 없다고
느닷없이 찾아온 눈먼 게 하나
바람 차고 물결 거친 바다에
도로 내칠 수는 없어
어진 가무라기는
단칸방 움집으로 맞아들였다.
겨운 삶을 가엾이 여겨
따뜻이 보살펴 주니
그대로 눌러앉은 속살이게
고마운 줄 알겠다지만
신세를 꼭 갚겠다지만
집게발이 너무 느리고 여리다.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거저 베푸는 가무라기
갯가에선 이웃도 살붙이란다.
*가무라기: 가막조개
*속살이게: 조개나 해삼류에 기생하는 게
안학수 동시집 <부슬비 내리던 장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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