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고도 넓은
김영
대문을 열기도 전에
마중 나온 고소한 냄새를 따라
한 발, 두 발, 세 발, 살금살금 걸으면
장작불 껴안고
가마솥 뚜껑 위에서 익고 있는
노란 배추전
맨손으로 뒤집는 할머니의 익숙한 솜씨는
볼 때마다 놀라지
할머니가 방긋 웃으며
노란 배추전 한 줄기 집어 올리면
자동으로 젖혀지는 고개
아~아 입을 크게 벌리다
저절로 마주하는 가을 하늘
높고도 푸르다
푸르고 넓다
《동시 먹는 달팽이》 2024년 가을호(2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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