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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폭우 / 유희경

작성자전자윤|작성시간26.06.13|조회수28 목록 댓글 0

폭우

 

                   유희경

 

 

아이들은 산딸기를 따러 갔다

돌아오는 길에 풀숲에서

구두 한 짝을 발견했다 지난여름

물빛 다발로 쏟아지던

큰비가 벗어둔 것이 분명했다

아이들은 깔깔 웃었다

깔깔 웃던 그중 하나가 구두를 신었다

그중 하나가 산딸기를 쏟았다

그중 하나가 울음을 터뜨렸다

빨간 입술을 비죽 내밀었다

귀신처럼, 지난 비들이 쏟아진다

하나가 달리자 나머지도 달아났다

구두를 버려두고

 

붉고 시큼한 맛이었다

 

 

 

유희경 시집 『우리에게 잠시 신이었던』 (문학과지성사,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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