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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시]교내 백일장 수상 / 이병일

작성자전자윤|작성시간26.06.21|조회수46 목록 댓글 0

교내 백일장 수상

 

                    이병일

 

 

나는 잠 벌레였다 수업 시간에도 잠, 쉬는 시간에도 잠,

지하철이나 버스에서도 잠,

등교 첫날, 자다가 오이도역까지 간 적도 있었다

그렇고 그런 잠만 잔 것 같다

 

잠에서 깨어나면 볼펜으로 눌러쓴 글씨가

손끝에 묻어 있었다

내 이름을 속으로만 불러 보면서

 

한쪽 눈을 감고 사물을 봤다

한쪽 눈을 뜨고 창문을 봤다

여름 성경 학교에 빠지지 않은 내가 떠올랐다

유통 기한 지난 우유만 먹는 엄마가 떠올랐다

설탕 가득 뿌린 토마토만 좋아하는 아빠가 떠올랐다

 

교내 백일장을 치르고 있었다

'장래 희망'이 글제였다

나는 신발 끌지 않는 사람이 되겠다고 썼다

나는 양말과 옷을 잘 개키는 사람이 되겠다고 썼다

주먹을 불끈 쥐고 늘 가만두지 않겠다는 말을 했는데

이젠 식탁에 공손하게 밥그릇을 놓는 사람이 되겠다고 썼다

살기 위해 먹는 것도 아니고 먹기 위해 사는 것도 아니라

무엇인가, 아름다운 것에 걸려 넘어지는 사람이 되겠다고 썼다

종이와 연필만 있다면 세상 끝까지 걸어가는 사람,

시인이 되겠다고 썼다

 

 

 

이병일 청소년 시집 『처음 가는 마음』 (창비교육,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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