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동시 이야기]
김목수의 행복한 동시 생활 탐구
김춘남
가파른 곳이나 힘든 곳에/언제나 어깨동무한 우리가 있다//사람들의 발걸음 소리며/심장의 고동소리 듣는 게 참 좋다//하지만 아픈 환자나/무거운 짐을 든 사람이 오면/내 잘못처럼
/수그려지던 고개……//그래도 우리는 꼬불꼬불 산길이나/바위가 앞을 가로막던 산골짜기에서도/손을 내밀고, 등을 떠받쳐주었다//금정산 북문 가는 돌계단/한라산 백록담 가파른 길/설악산 흔들바위 바윗길에서도/있어주었다.//돌이거나/쇠거나/통나무이거나/그 무엇으로 만들어진/계단이 되어도//변함없는 얼굴로/사람들 곁에 있고 싶다.
(2001년 대구 《매일신문》 신춘문예 당선작 「계단의 꿈」 전문)
나는 여러 가지 색 중에서 청색을 좋아하는데, 시인이 되고부터 ‘검색’을 더 좋아하게 되었다. ‘검정색’을 줄인
말이 아니다.
책임의사 이상(李箱)은 시의 엑스레이로 환자의 용태(容態)를 검진하고 ‘0과 1’ 사이라고 진단하였다.
병원 엑스레이는 몸을 들여다보지만, 갈비뼈만 보이고 마음은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동시는 마음을 볼 수 있다. 옛이야기 전문가인 신동흔 님의 책 『옛이야기의 힘』에서 반가운 친구를 만난듯 ‘S-ray’ 라는 낱말을 만났다. S는 이야기(Story, Sprit)를 나타낸다. Story-ray 속에는 사람이 들어있어 삶이 보인다.
‘동시’라는 말에는 ‘처음’이 주는 설렘이 들어있다. 사람(마음)의 중심인 아이(마음)으로 동시를 쓰는 일이 행복하다. 김목수의 행복한 동시 이야기를 풀어본다.
# 동시 감각 준비운동 : 자기 소개도 창작의 일부
1) 고향 : 부산 (정신적 고향 =개성)
2) 혈액형 :A(아!), 체질은 소음인
(오케스트라에서 악기 소리를 하나로 모으는 피아노 첫음? A/440-442HZ
3) 직업: 목수(目手) :눈으로 보고 손으로 쓴다.
-문창(文創=門窓)과 ☞문과 창을 만든다? ‘집 짓는 사람’ “시는 존재의 숙소(집)”(하이데거)
4) 음식 : 냉면(평양식보다 함흥식(함축,흥미)을 좋아한다. / 메기탕(메모:쉼표, 기록:마침표)
5) 과일 : 감(영감, 공감, 땡감, 자신감)/(교장보다는 교감좋아함.
6) 노래 : 합창<독창(성)/ (7) 악기 : 단소(단순, 소박), 기타 쬐끔 연주.
8) 취미 : 자갈치 어시장(語視場), 싱싱한 상상력 / 풍부한 생선 구경
9) 일과: 화로(話路)에서 ‘생/선/구/이’를 안주삼아, 소주(소재와 주제) 한 잔 하면
일소좋소(일상에서 소재 찾으면 좋소(좋은 소재)=웃음, 즐거움
10) 여행지 : 순천만(순진하고 천진난만)
11) 이성 : 연하(年下)보다 연상(聯想)을 좋아함. /12) 시는 공감각(공감, 감동, 각성)
13) 책책책책(사책연산법) : 속수무책, 대책(준비), 산책(유유자적:여유,치유), 해결책
14) 가훈 : 인생을 문책(問責, 文責, 問冊)하면서 살자!
# 동시 창작 재료는 딱 두 가지!
유명 맛집 레시피마냥, 아주 특별한 나만의 창작 비밀이나 비법은 없다.
동시창작 재료는 ‘물음표와 느낌표’ 딱 두 가지다. 이 둘을 제대로 정리, 정돈하면 동시는 완성이다. 이는 ‘물음표(?)와 느낌표(!)가 하나로 합쳐진 새로운 개념의 문장부호’인 ‘인터러뱅(Interrobang)’과 같다고 생각한다. 1962년 미국 광고대행사 사장인 마틴 스펙터가 만든 신조어는 질문과 답이 함께 있다. 내가 생각하는 동시의 전부인 물음표와 느낌표의 일심동체! 동심일체!
# 김목수의 행복한 동시 창작법 몇 가지
①관·발(관심과 발견)의 차이. ②동시=불소치약(불통을 소통으로 치유하는 약)
③artist=art is T(생각을 넓고 깊게) 등 틈틈이 떠오르는 이러한 생각들을 바탕으로 동시를 꾸준히 짓고 있다.
아, 아버지!/어, 어머니! //나는 /‘아’와‘어’덕분에/태어났다.
-「‘아’ 다르고 ‘어’ 다르다지만 : 속담공부 3」전문 -
속담 동시 중 한 편이다. 모든 시작은 1인칭 ‘나’로 시작한다. 물론 근원은 부모님이다. 모음인 ‘아와 어’를 통해 자연스럽게 부모를 부르는 행위를 생명 탄생으로 연결해본 초기 작품이다.
고깔모자 쓴 사람이/지그시 눈감고/마음속으로/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모습/닮았다.
- 「窓(창 창) : 한자놀이 1」전문 -
한자 놀이 동시는 상형문자가 주는 시각 이미지를 글로 그려보았다. ‘窓’이라는 한자가 ‘생각하는 사람’처럼 보이는데서 착안 하였다.
# 짧은 동시가 주는 행복
동시는 짧다. 쉽다. 재미있다. 편하다. 순간적인 생각과 느낌을 엮은 짧은 동시들을 소개하니, 심심 파적(파전) 삼아 제목을 맞혀보시기 바란다.
⁕온 밤을/손전등 하나로/구석구석/살펴보시네.
⁕우리나라 인구가/갑자기 늘었다.
⁕풀밭에서/빗줄기로/바이올린을/연주한다.
⁕겨우살이/걱정하는/다람쥐 위해/준비해둔/겨울 장독
⁕입과 귀. 어느 쪽이/더 많을까?
⁕나눠 먹기/참 좋다// 나♡너 (「귤」2 전문)
⁕지구 밖으로/폴짝,/뛰쳐나가는/개구리/한 마리
# 김목수의 동시 창작 삼매경(동시 창작 저글링)
이제 가을이다. 김목수의 창작동요 「가을 숨바꼭질」(김춘남 작사/송세라 작곡)을 소개하면서 행복한 동시 이야기를 접는다. (유튜브를 통해 들을 수 있음)
1.
가을 숲속에 모자를 꾹꾹 눌러쓴/갈참 굴참 졸참나무 도토리 식구들/사람들이 찾는다(꼭꼭 숨어라)/다람쥐 흉내내는 사람들이 못 찾게/모자 꾹꾹 눌러 쓰고
꼭꼭 숨어라(꼭꼭 숨어라)
2.
가을 숲속에 모자를 꾹꾹 눌러쓴/신갈 떡갈 상수리 도토리 식구들/사람들이 찾는다(꼭꼭 숨어라)/청설모 흉내내는 사람들이 못찾게/모자 꾹꾹 눌러 쓰고
꼭꼭 숨어라(꼭꼭 숨어라)
김춘남 kalbc56@hanmail.net
2001년 대구 《매일신문》 신춘문예 동시, 2004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펴낸 책은 동시집 『앗, 앗, 앗』, 『아직도 피노키오』, 『빼빼로 데이에 주문을 외우는』
『키 작은 기린과 거인 달팽이』와 시집 『달의 알리바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