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뜬 장님 /장월근
바람이 불면
구름도
간다
장맛비에
씻긴 저 푸른산은
더위를 참다 못해
강물속에 빠졌는데
물고기들은
물속 산그림자에다
시를 쓴다
세월은
강물처럼
흘러가지만
당신은
어찌하여 세월만 꼬집고
그 강물속은 못 보는가
-사랑은 눈을 멀게 한다-
후배의 이야기입니다.
자기 아버지가 어느날 갑자기 눈이 안 보인다고 하더랍니다.
병원에 갔더니 아무 이상이 없었습니다.
의사의 말이 혹시 심리적인 충격을 받았는지 모른다며 기달려 보자고 했습니다.
그 후배는 그때야 생각이 났습니다.
경찰로 근무하다 누명을 써 파면된 것이 그 원인이었습니다.
아무리 결백을 주장해도 받아 드리지 않았던 것입니다.
결국 소송까지 가 누명을 벗었습니다.
그런데 참 이상한 일은 누명을 벗고 나서 눈이 보이기 시작한 것입니다.
꼴보기 싫은 이 세상 차라리 보기 싫다는 생각이 그렇게 된 것이 아닌가 합니다.
복잡한 시장통 버스정거장에 봉투 하나가 있어 열어보니 상당한 돈이 들어 있었습니다.
다행히 그 속에 묵화 하나가 있어 물어 물어 주인을 찾아 주었습니다.
돌 잔치 할려고 은행에서 찾아 가다가 아이가 보채는 바람에
잠깐 옆에 놓아 두었다가
버스가 오는 바람에 황급히 놓아 두고 탔던 것입니다.
그 사이 많은 사람이 보고 지나 갔는데도
아무도 눈에 띄지 않고 아내의 눈에 만 띈 것입니다.
어릴 적 소풍가면 보물 찾기 놀이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종이에다 여러가지 학용품을 쓴 종이를 미리 감추어 두었다가 찾는 놀이입니다.
참 신나는 일입니다.
어떤 학생은 몇 개씩 찾아 의기양양하고
어떤 학생은 한 개도 못 찾아 의기소침하기도 합니다.
또 많이 찾은 사람은 못 찾은 친구에게 나누어 주기도 합니다.
그런데 아무리 찾으려고 애를 써도 그게 잘 안됩니다.
아마 찾으려는 욕심이 먼저 앞섰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반장이었던 저는 제가 숨겨 놓고도 한 장을 찾지 못해 웃음꺼리가 된 적이 있습니다.
안 되었는지 선생님이 웃으며 따로 선물을 주었던 기억이 납니다.
좀 바보같아 -슬쩍 한장 감출 수도 있었는데- 주신 것은 아닐런지.
자기가 숨기고도 자기가 못 찾다니!
어제 또 이웃분과 더덕을 캐러 갔지만
역시 한 뿌리도 캐지 못하고 돌아왔습니다.
그 분들은 수확이 그런대로 괜찮은데 .....
아무리 찬찬히 둘러보고 찾으려고 애써도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찾으려는 조급증이 ,
욕심이 앞섰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그 분들이 캘 때마다 속도 상하다가 또 여유를 갖자고 하다가
결국 하나도 못 캐고 말았습니다.
아무래도 더덕 캐는 것은 제게 맞지 않는 가 봅니다.
내려 오다가 오미자 열매만 따왔습니다.
저건 보이는데 왜 그건 안보이는지......
사실 산에는 더덕만, 산삼만, 송이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묘하게도 더덕을 캐러 갈때는 더덕만 찾습니다.
다른 것은 또 보이지 않는 것입니다.
그런거 저런거 다 보는 사람이 진짜 산사람 입니다.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 찾는라고 산삼을 옆에 놓고
그냥 지나치는 경우도 있습니다.
수석 탐석도, 고서도 해 보니 똑같습니다.
귀중하다고 생각하여 갖고 와 집에다 놓고 보면
어느 정도 세월이 지나면 별거 아닌것이 많습니다.
역시 욕심이 앞섰기 때문입니다.
세상살이도 그와 같은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보석찾기.
온통 산속을 뒤져도 찾지 못하고, 옆에 있어도 보지 못하는.
있어도 그것이 보석인줄 모르는,
그래서 허송세월 보내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더덕 한 개라도 그냥 캐 지는 것이 아닙니다.
가시와 숲풀과 위험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쓸때 없이 세상 보물찾기에 혈안에 된 많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주식과 도박과 복권 등으로 인생을 한방으로 뒤집으려는.
또 젊은이들은 사랑이란 보물을 찾기 위해서 분주합니다.
사랑을 하게 되면 눈이 멀듯이 욕심이 앞서서 찾으려고 하면
보이지 않습니다.
숫한 어려움과 산에 오르내림을 반복하며 찬찬히, 지혜롭게,
마음을 비워야
정말 보물은 눈에 보이기 시작합니다.
다음엔 혼자 산에 올라 찾아 보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