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9년 이상춘의 '조선 옛글 사전'266p에는 '어루다'라는 말이 있다.
중세 국어의 '얼다(혼인하다, 육체적 사랑을 나누다)'에서 파생된 접미사 결합형 동사이자,
오늘날 우리가 쓰는 '어른'이라는 단어의 뿌리이다.
1. 어원적 배경과 의미 변화.
중세 국어 '얼다'.
15세기 문헌에서 '얼다'는 단순한 추위(Freeze)가 아니라, '남녀가 혼인하다' 또는 '육체적 관계를 맺다'라는
뜻으로 쓰였다.
예시: 고대 가요인 서동요의 구절 중
'선화공주니믄 남 그스지 얼어 두고(선화공주는 남몰래 정을 통하고)'에서 '얼다'가 바로 이 뜻이다.
'얼우다/어루다'의 형성.
이 '얼다'에 사동이나 행위의 강조를 뜻하는 접미사 '-우-'가 붙어 '얼우다'가 되었고,
이것이 현대의 '어루다'로 이어졌다. 당시에는 '시집장가 보내다', '혼인시키다'라는 의미를 가졌다.
2. 현대어 '어른'과의 관계.
'어른'의 탄생: '얼우다(어루다)'의 어간 '얼우-'에 명사형 어미 '-ㄴ'이 결합하여 '얼운'이 되었다.
본래의 뜻: 이 '얼운'이 시간이 흐르며 모음 조화와 음운 변화를 거쳐 지금의 '어른'이 되었다.
즉, 어원적으로 '어른'은 나이가 많은 사람이 아니라 '혼인을 하여 짝을 지은 사람(육체적·사회적 결합을 한 사람)'을
뜻했다. 과거에 장가를 가야만 상투를 틀고 비로소 대접을 해주었던 풍습도 이 어원과 깊은 관련이 있다.
3. 현대어 '어루만지다'와의 관계.
현대어에서 '어루다'는 주로 '아이를 달래다'나 '어루만지다'의 형태로 남아있다.
손으로 부드럽게 쓰다듬는 행위를 뜻하는 '어루만지다' 역시, 과거 남녀가 정을 통하거나 부드럽게
사랑을 나누던 감정과 신체적 교감(어루다)의 뜻에서 파생되어
'따뜻하게 위로하고 만지는 행위'로 뜻이 순화 및 확장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