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라니/고영
마음이 술렁거리는 밤이었다.
수수깡이 울고 있었다.
문득, 몹쓸 짓처럼 사람이 그리워졌다.
모가지 길게 빼고
설레발로 산을 내려간다.
도처에 깔린 달빛 망사를 피해
오감만으로 지뢰밭 지난다.
내 몸이지만 내 몸이 아닌 네 개의 발이여.
방심하지 마라.
눈앞에 있는 올가미가
눈밖에 있는 올가미를 깨운다.
먼 하늘 위에서 숨통을 조여 오는
그믐달 눈꼴
언제나 몸에 달고 살던 위험이여.
누군가 분명 지척에 있다.
문득 몹쓸 짓처럼 한 사람이 그리워졌다.
수수깡이 울고 있었다.
현대는 위험이 도처에 잠복해 있다가 예측없이 튀어나오는 시대입니다.
너무 위험에 오래 노출 돼 있어 사람들이 위험의 정도를 느끼지 못하고 있습니다.
도처에 불가측한 위험들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멀쩡한 사람들이 사실은 시한폭탄과 같고
땅 속에 묻힌 지뢰와 같아서 언제 어떻게 폭발할지 모르는
위험 인자들인 것입니다.
인생살이가 마치 지뢰밭을 걷고 있는 것과도 같습니다.
아무리 조심하며 살아도 예기치 않는 사고나 어려움이 닥치는 점에서 그러합니다.
며칠 전 아주 큰일 날뻔했습니다.
집아래 개울로 발을 씻으로 내려가는데 돌계단을 딛는 순간
무언가 불길한 느낌이 들어왔습니다.
돌아서 보니 그곳에는 독사 한마리가 웅크리고 있었습니다.
가랑잎과 함께 있어 잘 보이지 않았던 것입니다.
불과 뒷끔치와의 거리는 몇 센치.
천만 다행으로 물리지 않았습니다.
얼마나 놀랬는지 모릅니다.
그리고 얼마나 마음이 섬찍했는지 모릅니다.
조금만 진동이 와도 도망가는 게 뱀입니다.
그리고 갑짜기 위험이 다가 올 때에는 무는 것이 그들입니다.
그런데 그는 꼼짝하지 않고 물지 않았는지 그게 의문이었습니다.
며칠동안 놀란 가슴 진정시키느라고 혼났습니다.
지난 번엔 땡비집을 건드렸다가 두 방 맞고 죽는 줄 알았습니다.
정말 조심해야겠다고 다짐해 보고 조심해도 언제 어디에 위험이 있는지
모릅니다.
너무 좋은 곳엔 항상 위험이 있다는 사실을 말해 주는 가 봅니다.
산엔 움직이는 지뢰가 곳곳에 도사리고 있습니다.
움직이지 않는 지뢰도 있습니다.
먹으면 죽는 독버섯같은.
세상에도 곳곳에 지뢰가 있습니다.
언제 어디에서 터질지 모릅니다.
삶 자체가 지뢰밭을 걷는 거와 같습니다.
특히 사람이 가장 무서운 지뢰입니다.
한번 쯤 지뢰가 있는지 돌아 보심이 좋을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