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가 있는 임진강 黃布돛배 조 흥 제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엉덩이를 꼬집어 보니 아픈 것으로 보아 분명 꿈은 아니다. 임진강에 한국 전쟁으로 끊어졌던 황포돛배를 다시 띄운다는 기사를 보았다. 임진강에는 여느 강과 다른 독특한 경관을 지니고 있다. 강가에 병풍을 친 것 같은 석벽이 있는데 그 석벽을 임진강 적벽이라고 부른다. 적벽은 10개 구간으로 나누어지는데 어유지리, 율포리, 가월리, 주월리, 자장리, 장파리, 두포리, 동파리, 율곡리, 임진리 등 20여 ㎞ 양쪽에 면면히 이어진 석벽은 우리나라는 물론 일본에도 없다고 일본인이 극찬했을 정도로 경관이 수려한 곳이다. 거기다 50년 이상 일반인이 갈 수 없었던 곳이기에 때 묻지 않은 비경이 원형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고 한다. 황포돛배 선착장 옆에 선영(先塋)이 있어 한식을 맞아 성묘하고, 두 아들과 함께 황포돛배를 타러 갔다. 배가 출발하자 낭랑한 목소리로 안내하는 여성은 파주시에서 파견한 수필가이며 문화유산 해설사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나루터 옆에 있는 절벽은 용이 산에서 내려오다 강가에서 머리를 들고 있는 형상이어서 ‘용의 머리’라고 부른다. 조금 내려가니 좌측에 석벽이 있는데 임진강 10경에 드는 자장리 석벽이다. 밑 부분은 무늬가 가로로 되어 있고, 위에는 기둥 같이 세로로 줄이 처져 있으며, 붉게 된 곳도 있다. 이런 모양을 주상절리(柱狀節理)라고 하는데 금강산 해금강의 총석정, 제주도의 우도와 대포동 석벽이 이에 속한다. 자장리 석벽 건너편이 내 출생지이다. 어렸을 때 마을 뒤 언덕에 올라서면 강 건너 이 절벽이 보였다. 엄마가 강으로 빨래하러 오시면 따라와 빨가벗고 물에 들어가 놀았다. 장마 후 엄마 따라 와 물에서 노는데 발을 내딛으니 허공이다. 쑤셔박혀서 센 물살에 떠내려갔다. 엄마가 보고 빨래하던 긴 무명을 던져주셔서 그 끝을 붙잡고 나왔으니 하마터면 여섯 살에 세상을 하직할 뻔 했다. 우측 강상에 공룡이 기어가는 모양의 거대한 바위가 보이는데 어느 해 장마 때 삭녕에서 떠내려 왔다고 하여 삭녕바위라고 불렀다. 그 위에 너른 평지가 있어 주민들이 천렵을 하거나 선비들이 시회(詩會)를 열었다 5㎞ 하류인 고랑포 여울목에서 배를 유턴하여 올라오면서 해설사는 고려 때 삼국사기를 지은 김부식이 이곳에 왔다 지었다는 시를 낭송했다. 가을바람 솔솔 불어 와 물은 망망한데 머리 들어 하늘을 보니 마음만 망망하구나 가엾은 미인은 천리에 떨어져 있는데 강가의 난초는 누굴 위 해 향기로운가. 시의 내용이 의기소침한 것으로 보아 벼슬을 내 놓은 후에 왔다가 지은 것 같다. 뒤이어 강기옥 시인이 이 배를 탔다가 즉석에서 지어 선장에게 주었다는 시도 낭송했다. 강물에 둥실 사랑이 실려 가면 임진나루 뱃사공아 길 떠나 온 가나한 가슴에도 사랑 한 모금 담아 주렴 나루 건너 물 건너 강물로 살다가 바람으로 살다가 자취도 없이 사라진 고운 님 소식도 전해 주렴 호적도 없는 역사의 숨결에도 강물은 도도히 출렁이고 햇살의 파편은 조각난 역사를 아름답게 꾸며 내는데 임진나루 뱃사공아 내게도 흘러 버린 사랑을 나누어 주렴 잃어버린 역사를 되찾아 주렴. 한국 전쟁 후 임진강 인근 주민이 겪은 수난과 수많은 사람의 죽음, 그로 인해 고향을 떠난 사람들의 사연을 체험한 나에겐 가슴 찡하게 울리는 내용이다. 판에 박은 듯 기계적으로 하는 다른 관광지 안내원만 보아 온 나로서는 감동적으로 느껴졌다. 그래서 시를 잘 쓴 강기옥 시인을 존경하였다. 문단에 오래 있다 보니까 그가 서초문인협회 소속으로 있다는 글을 보았다. 하지만 만날 기회는 없었다. 한국문인 6월호에 강기옥시인이 이철호 이사장과의 만남의 글을 발표했다. 6월18일 충북 증평에 있는 경암문학관 개관 7주년 기념식에 참여했다. 식을 끝내고 3층에서 점심을 먹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는데 어떤 사람이 인사한다. 나는 모르는 사람이다. 이름을 물으니 ‘강기옥’이라고 한다. 내가 만나고 싶어하던 바로 그 시인이다. 평생 만나고 싶어하던 사람을 우연히 만나고 그가 나를 알아보다니 꿈만 같았다. 임진강 홍포돛배에서 강기옥 선생 시 낭송을 들었다고 했더니 거기에 시비도 세웠는데 없어졌다고 아쉬워하였다. 내가 임진강 황포돛배에 대해서 글을 썼는데 강선생 시가 있다고 했더니 보내달라고 하여 주소를 적어 왔다. 기분이 날아갈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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