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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선의 삶

작성자~조흥제|작성시간20.11.19|조회수91 목록 댓글 0

초선의 삶

 

조 흥 제

 

코로나 19로 방콕 신세가 되었다.

 

그래서 집에서 책이나 보고 글이나 쓰려고 했지만 마음 먹은대로 되지 않아 속상하던 차 책장에 꽂혀 있는 삼국지가 눈에 들어와 그걸 읽고 싶었다.그 책은 아들이 구해다 꽂아 놓은 것이다. 평범사에서 발행한 12권 짜리다.

 

고등학생 때 대전문화원에서 삼국지 10권짜리를 읽었지만 다시 한 번 읽고 싶었다. 청소년 때 읽은 삼국지와 인생을 다 산 80대 초반에 읽는 삼국지는 어떻게 다를까.

 

삼국지는 290년대 진(晋)의 진수(陳壽)가 엮은 위(魏), 촉한(蜀漢), 오(吳) 3국의 역사를 후일 송(宋)대에 와서 배송지가 주(註)를 붙이고 누락된 것을 보완한 65권에 이르는 방대한 역사서다. 삼국지연의는 원-명대에 걸처 산 나관중(羅貫中·1330~1440)이 삼국지를 토대로 꾸민 방대한 역사소설로 중국의 4대 기서(수호지, 서유기, 금병매)중 하나다. 소설 삼국지는 삼국지연의를 가리킨다.

 

삼국지에 중국 4대 미인(양귀비, 왕소군, 서시)중 하나인 초선이 나온다. 초선은 후한(後漢) 말기 무장이자 정치가인 동탁이 정변을 일으켜 왕을 죽이고 왕의 동생을 왕으로 앉혔지만 왕은 허수아비고 자신이 국정을 좌지우지했다. 정치를 잘하면 괜찮겠는데 사복을 채우고 심복을 요직에 앉히니 국정은 엉망이 되었다. 동탁에게는 여포라는 당대를 대표하는 무장이 있었다. 그는 삼국지의 중심 무장인 관우, 장비, 현덕 세명이 달려들어도 이기지 못하는 천하의 명장이다. 동탁은 여포를 심복으로 삼아 반란의 의심을 받는 사람은 죽였다. 그래서 무력으로 그들을 내쫓을 수는 없어 대신들은 미인계를 쓰고자 했다.

 

사도 왕륜에게는 수양딸 초선이 있었다. 초선은 어렸을 때 부모가 죽어 왕륜네 집에 와서 딸과 같은 대우를 받으면서 자랐다. 초선은 어려서부터 가무(歌舞)를 배웠다. 18세가 되었을 때 왕륜은 초선을 불러 ‘나라를 위해서 몸을 희생할수 있느냐’고 물었다. 초선은 하루의 시간을 달라고 했다. 이튿날 하겠다고 했다. 왕륜은 여포를 집으로 불러 초선으로 하여금 그 앞에서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게 했다. 여포는 꿈속에서 선녀를 보는듯 정신을 빼앗겼다. 왕륜은 초선을 여포에게 주겠다고 했다. 다음날 왕륜은 동탁을 집으로 초대하여 역시 초선으로 하여금 춤을 추고 술잔을 올리게 했다. 동탁에게는 수많은 궁녀가 있지만 다 합해도 초선의 아름다움을 못 따라갈 것 같았다. 왕륜은 초선을 동탁에게 준다고 했다. 동탁의 수레에 초선도 같이 태워 보냈다. 다음날 여포가 찾아와 항의하자 왕륜은 동탁이 여포와 초선을 결혼시키겠다고 데리고 갔다했다. 여포가 동탁에게 가 보니 초선과 같이 자면서 한나절이 되도록 일어나지 않았다. 여포의 눈에서는 불이 났다.

 

동탁과 여포 사이는 나빠졌다. 동탁은 초선을 데리고 교외 별장에 가서 나오지도 않았다. 왕륜은 여포를 꾀어 동탁을 죽이자고 했다. 여포도 동의하였다. 왕륜은 여포에게 사람을 보내 왕이 동탁에게 왕위를 물려주려 한다는 기별을 했다. 동탁은 좋아하고 많은 군사의 호위를 받으면서 왕궁에 왔다. 왕궁에는 많은 군사는 들어올 수 없게 법이 되어 있다. 동탁은 20여 명의 호위를 받으면서 들어갔다. 궁안에는 많은 군사를 숨겨놨다 호위병을 다 죽이자 동탁은 놀라 ‘여포야’하고 불렀다. ‘여포 여기 있다’하고 뛰어나가 동탁의 목을 뎅겅 잘랐다.

 

여포는 동탁의 별장으로 가서 초선을 찾았다. 초선은 정장을 하고 정자에서 싸늘한 시체가 되어 누워 있었다. 손에 종이가 있다. 펴 보니 kdma과 같은 글이 있다.

 

여인의 살결은 악하다고 하지만/ 거울대신 칼을 품으면/ 칼은 정의의 마음을 굳세게 만든다/ 나는 자진해서 형극 속에 들어간다/ 부모보다 더한 은혜에 보답키 위해/ 또 그것이 나라를 위한 길이라고 들었기 때문에/ 악기를 버리고 춤을 추는 손에/ 비수를 품고 독배를 바쳤도다…….

 

여포는 그 글을 읽고 초선의 참다운 목적이 무엇인가를 깨닫고 시체를 후원 이끼 낀 연못에 던져버렸다.

 

이 글을 읽고 궁금증이 이는 것은 초선이 얼마나 예쁜가와 왕륜이 목적을 위해서 잘 기른 것 같아 배신감을 느꼈다. 동탁은 많은 미인들 속에서 살았으니 어지간한 여자는 쳐다보지도 않게 눈이 높았을 것이다. 그런 사람이 넋을 잃고 보았다면 그 아름다움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그림으로 봐도 몸매가 늘씬하다.

 

중국의 4대 미녀 중 가장 아름다운 사람은 누구일까? 나는 초선이라고 본다. 초선이 몇 살 때 왕륜의 집으로 왔는지는 모르지만 타고난 미모 때문에 가족들의 사랑을 받아 곱게 자랐을 것이다. 왕소군은 궁녀로, 서시는 개울에서 빨래하다 관리의 눈에 띄었으니 호화롭게 자라지는 못했을 것이다. 양귀비는 몸집이 큰 글래머형이어서 동양 남자들은 좋아하지 않는 형이다. 그들은 아름다움 때문에 팔자가 기박했다. 끝까지 잘 산 사람은 서시다.

 

왕소군은 오랑캐 나라에 인질로 팔려가 오랑캐의 왕과 결혼하였는데 왕이 죽고 아들을 남편으로 맞아 살았다. 그 나라 풍속은 그랬으니 엄마는 얼마나 괴로웠을까. 그래서 조국을 그리워하면서 부른 노래가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다. 양귀비는 정변을 만나 음독자살했다. 서시는 미인계에 이용되었으나 고국에 돌아와 보내준 사람과 잘 살았다. 그러니 그들은 소년 적 고생을 많이 했으리라 생각된다. 초선은 비록 주인의 목적에 의해서 곱게곱게 자랐으니 그 아름다움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을 것 같다.

 

양아버지의 ‘나라를 위해 죽을 수 있겠느냐’는 부탁을 받았을 때 얼마나 마음이 아팠을까? 죽을 수 있겠느냐고 물은 것은 말 뿐 자기의 말을 들으라는 강요나 마찬가지다. 즉시 대답을 못하고 하루의 시간을 달라고 했으니 얼마나 많은 생각을 했을까. 하지만 아직까지 길러 준 공을 저버리는 것은 도리가 아니라는 결론을 내릴 때 얼마나 가슴이 아팠을까. 남에게 신세지면 그의 부탁을 거절하기란 쉽지 않다. 이것은 천만년이 가도 변하지 않는 만고의 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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