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좋은 詩올리기

이오장 시마당 이옥희

작성자벽오동 이오장|작성시간26.06.05|조회수14 목록 댓글 0
짧은 그림자


이옥희


감내할 수 없을 만큼
뿜어올리던 지열이
낙과처럼 뒹군다


초록의 안부는 퇴락하여
해독할 수 없는 바람의 빛깔로 사라져가고


한때의 어지럽던
내 지향 指向의 촉수들이
또 다른 신호를 보내온다


미처 모르던 편안함 속에서
문득 일어서는 작은 울림
기억할 수 없는 몸짓이 되면


졸참나무 빫은 그림자에 걸린
미진한 햇살이 온몸으로
지난 기억을 털어낸다


그림자는 본체의 크기와 모양대로 펼쳐지지만 일정한 제약이 따른다.빛이 있어야 하고 펼쳐질 자리가 있어야 한다. 빛의 반대편에서 빛을 강구하는 간절함으로 그림자가 생기지 않는다. 빛이 있다면 사물의 모양을 투과하지 못하는 대상이 생기는 것이다. 길고 짧고 가늘고 두껍고 키가 크고는 상관 없이 빛이 만들어내는 다른 하나의 사물, 이름에 걸맞게 형성되지 않으며 나약하다고 생기지 않는 빛의 뒷면, 우리의 삶에도 그대로 반영된다. 이옥희 시인은 잔잔하면서도 깊은 여운을 남기는 그림자의 시로 앞과 뒤에는 반드시 기억을 털어내는 무엇이 있다고 한다. 낙과처럼 떨어지는 지열에 초록이 바람의 빛깔로 퇴락하며 과거의 촉수들이 새로운 촉수로 신호를 보내는 순간을 정확히 잡아내어 언어의 틀을 갖췄다. 졸참나무의 짧은 그림자 속에서 미진한 햇살의 기억을 찾아보고 억눌렸던 것, 방향을 잃었던 것 그리고 문득 찾아오는 편안함을 맞이한 순간을 붙잡은 것이다. 그림자에 든 무거운 감정을 자연의 미세함 속에서 녹여낸 눈이 아주 밝다. [이오장]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