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억의 지우개 배정미 세월이 지나도 잊혀지지 않는 기억이 있지 떠난이는 돌아오지 않고 보낸 이는 만날 기약이 없네 가슴을 문질러 문질러 지난 상처를 지우면 문지런 자욱자욱 피어나는 송이 송이의 꽃이여! 삶은 수많은 것들과 직면한다. 만나지 못하면 생이 없고 생이 없다면 만날 수도 없다. 그렇게 많은 만남에서 전부를 기억할 수 있을까. 머릿속에 새겨 두고 보존하여 그것을 필요할 때 꺼내 쓰는 능력이 많을수록 삶은 편리하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겪은 일의 십분의 일만 기억해도 우리는 능력자라고 부른다. 사물의 이용도 기억에 저장된 이해에서 사용의 빈도와 효과를 가지는데 전부를 기억하여 이용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더구나 많이 기억할수록 삶이 힘들다. 특히 사랑의 감정을 잊지 못한다면 심히 괴로워 한다. 완전히 지울 수가 없으나 지우고 싶은 기억에 힘들어 하는 것은 공통의 괴로움이지만 사랑은 지우지 못하는 응어리다. 배정미 시인은 세월이 지나도 잊히지 않는 사랑의 기억을 잊으려 할수록 더 선명한 꽃을 피우는 것으로 연민의 문을 활짝 연다. 아픔을 애써 지우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것을 품어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키는 과정을 은유적으로 담아 슬프면서도 따뜻한 희망적인 꽃을 부른다. 그러나 그 꽃은 아픔을 문질러 지난 상처를 지워낸 붉은 꽃이다. 오래 기억할 수 없어도 잊혀지지 않는 꽃, 꽃의 상처가 아닌 사랑으로 인한 기억의 상처를 펼친다. [이오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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