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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훈 작품방

함양을 아시나요

작성자kuamchun|작성시간26.06.05|조회수27 목록 댓글 0

함양을 아시나요/靑石 전성훈

 

 

 

2026년 들어서 처음 참가하는 인문학 기행, 모처럼 찾아가는 고장이 서울에서 상당히 먼 곳인 경상남도 함양 땅이다. 평소보다 이른 시간인 오전 6시 반에 도봉문화원을 출발해서 그런지 길이 막히지 않는다. 따사로운 새벽 햇살을 받아 빛나는 도봉산 3형제, 만장봉, 자운봉, 성인봉이 늠름한 자태를 뽐낸다. 자동차의 흐름이 좋아서 금방 중부고속도로에 들어선다. 차창 밖을 내다보니 이팝나무 꽃과 아카시아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다. 향기로운 냄새를 맡을 수 없어서 아쉽다. 달리는 자동차에서 잠시 눈을 감고 잠을 청해본다. 그런데 뒷자리에서 플라스틱 찌그러질 때 나는 소리가 끊임없이 들린다. 도대체 무슨 귀신 곡할 조화인 줄 모르겠다. 보청기를 통하여 확대되어 귀를 성가시게 하는 소리 탓에 잠을 잘 수 없다. 그래도 마음을 구슬려 평정심을 가지려고 무던히 애쓴다. 문화원에서 나누어준 책자를 통하여 함양의 지리적 자연환경, 역사적인 배경과 인물에 관한 소개 글을 읽어본다.

함양咸陽, 함양의 한자는 “다 함, 볕 양”으로 모든 곳에 두루두루 햇살이 비친다는 뜻이라고 한다. 함양은 경상남도 북서부에 위치하여, 동쪽은 산청군, 남쪽은 하동군, 서쪽은 남원시와 장수군, 북쪽은 거창군과 접한다. 옛 지명은 천령天嶺으로 고려시대에 함양으로 개칭되었다고 한다. 함양은 산간분지에 위치하여 주변에 1,000m가 넘는 높은 산이 지리산과 남덕유산을 비롯하여 10여 개가 넘는다. 함양 읍내에 도착하자, 멋지게 생긴 함양문화원 남성 직원분이 해설사로 버스에 오른다. 자동차가 산자락으로 들어서니 녹음이 우거진 산속으로 깊숙이 들어가는 기분이다. 간간이 새빨간 단풍나무도 보이고 높은 고지대로 굽이굽이 올라가는 버스를 따라서 귀 안의 공기 흐름도 바뀌어 간다. 멍한 상태에서 뻥 뚫리는 상황이 몇 번이나 반복한다. 마치 비행기를 타고 날아가는 느낌이라고 할까. 오도재 정상 휴게소의 높이가 777m인데, 날씨가 화창하게 맑은 덕분에 저 멀리 지리산이 선명하게 보인다. 천왕봉 주변에 구름이 깔린 모습이 마치 한편의 수채화 같다. 핸드폰을 꺼내어 사진을 몇 장 찍어보니 작품이 따로 없다. 

처음 방문한 곳은 서암정사瑞巖精舍이다. 지엄대사가 중창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는 고찰인 벽송사 부근에 있는 천연 암석과 조화를 이룬 사찰이다. 6.25 전쟁 중에 죽은 수많은 영혼을 위로하기 위해 바위에 지었다는 서암정사, 우리나라 계곡 중 아름답고 웅장하기로 유명한 계곡의 하나인 칠선계곡의 초입에 위치하여 많은 신도와 탐방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사찰 입구에는 불교 진리의 세계로 들어간다는 대방광문大方廣門이 있고, 바위에 조각된 사천왕상을 지나 도량 안으로 들어서면 아미타여래를 주불로 모신 극락세계를 형상화한 석굴 법당이 있다. 대방광문 부근에 쓰여 있는 글이 눈길을 잡는다. “백천강물 만갈래 시내로 흘러, 바다에 돌아가니 한 물맛이네, 삼라만상 온갖 가지가지 모양이여, 근원에 돌아가니 원래로 한 몸이라” 석굴을 지은 스님과 석공의 솜씨와 노고에 저절로 머리가 숙어진다. 대웅전에 우리말 반야심경을 적어놓은 글이 보인다. “ ....... 아제아제 바라아제 바라승아제 모지사바하.”. 대웅전 옆에는 5월에 핀다는 커다란 황목련 나무의 모습이 멋지고 아름답다.

서암정사를 벗어나 두 번째로 찾아간 곳은 남계서원灆溪書院이다. 남계서원은 2019년 “한국의 서원”이라는 이름으로 다른 8곳의 서원과 더불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곳이다. 조선 명종 7년, 지방 유림의 공의로 일두一蠹 정여창鄭汝昌 선생의 학문과 덕행을 추모하기 위해 창건한 서원이다. 제사를 지내는 사우祠宇에는 정여창을 주벽主壁(중앙)으로 좌우에 정온鄭蘊과 강익姜翼 선생의 위패가 봉안되어 있다. 서원이나 왕실 묘역 문으로 출입할 때는 동입서출東入西出이 예의다. 자신을 기준으로 오른쪽 문으로 들어가고 오른쪽 문으로 나오면 된다. 조선시대 과거급제한 인재를 많이 배출한 지역이 안동과 함양으로, ‘좌안동우함양’이라는 말이 전해온다.

남계서원을 나와서 점심을 먹고 상림을 구경하며 오후의 햇볕을 즐긴다. 상림上林은 함양읍 서쪽을 흐르고 있는 위천을 따라서 조림한 인공적인 호안림護岸林(제방의 보호를 위한 숲)이다. 이 숲은 신라 진성여왕 때 최치원崔致遠이 함양태수로 있을 때 조림한 것이라고 한다. 그 당시에는 위천이 함양읍 중앙을 흐르며 매년 홍수의 피해가 심하여 둑을 쌓고 강물을 지금의 위치로 돌리고 그 둑을 따라 나무를 심어서 지금의 숲이 이루어졌다고 한다. 처음에는 대관림 大館林이라하였는데 훗날 홍수로 둑의 중앙이 훼손되어 상림과 하림으로 갈라졌다가 하림도 훼손되어 흔적만 있고 현재는 상림만 예전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숲이라는 가치가 있어 천연기념물로 지정, 보호하고 있다고 한다.

함양에는 다른 곳에서는 보지 못한 이팝나무 가로수 길이 있어서 매우 인상적이다. 공기도 맑고 깨끗하여 아주 마음에 드는 고장이다. 혼자만의 생각일지 모르지만, 단 하나 눈에 거슬리는 것은 읍내에 지어놓은 고층 아파트이다. 현세를 사는 사람의 처지를 생각하면 아파트를 높게 짓는 게 당연한데, 주변 자연 경관과 어울리지 않는 그림을 보는 순간에 뭔가 서운하고 아쉬운 마음이 든다.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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