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벼락/靑石 전성훈
날벼락,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친다는 말이 있다. 날벼락의 사전적 의미는 뜻밖에 당하는 불운한 사고를 말한다. 여름철에 폭우가 쏟아지며 천둥과 번개가 치고 벼락이 치는 경우는 종종 있지만, 날벼락은 거의 드문 현상이다. 운이 좋아서 한 번도 날벼락을 맞지 않은 사람도 있지만, 한평생을 살다 보면 날벼락을 한두 번씩 맞거나, 당할 수 있는 게 사람 사는 세상이다. 날벼락은 본인의 잘못이나 과실로 당하기보다는 타인이나 어떤 물체 때문에 불의의 일격을 당하는 경우가 흔하다. 병원에서 건강 검진 하다가 불치의 병에 걸렸다는 소식을 듣는 경우도 황망하고 날벼락 같은 기분이 들기 마련이다. 누군가를 도와주려고 한 행동이 오히려 상대방에게 해가 되어 어처구니없는 곤란한 처지에 빠지는 수도 있다. 날벼락이라는 어휘에 가장 잘 들어맞는 경우가 교통사고인 것 같다. 본인은 아무 잘못이 없는데 타인의 행동으로 교통사고를 당할 때가 정말 날벼락을 맞는 기분일 것이다. 자동차 운전은 아무리 방어운전을 잘해도 어쩔 수 없이 당하는 일이 종종 생긴다.
새롭게 시작하는 6월 첫날, 즐거운 마음으로 맞이한 날 오후에 갑자기 교통사고를 당하리라고는 꿈에서도 조차 상상하지 못했다. 2007년 12월에 이어 거의 20년 만에 두 번째 자동차 추돌 사고를 당하였다. 사고는 볼 일을 마치고 우이동 방향에서 방학동 사거리 지하차도를 거쳐 집으로 돌아가는 도중에 일어났다. 신호를 기다리는 자동차들이 지하차도에 멈추어 서 있었고, 나 또한 지하차도 입구에서 자동차를 멈추고 대기 한 상태였다. 갑자기 뒤에서 꽝 하는 강한 충격을 받고 내 자동차가 순차적으로 앞에 정차한 자동차를 들이받았다. 어깨띠를 매고 있었는데도 머리가 앞으로 휘청거리며 넘어갔다가 뒤로 제쳐졌다. 운전대나 다른 곳에 부딪힌 기억은 나지 않는다. 앞차의 운전사가 문을 열고 나와서 본인 자동차와 접촉한 내 자동차를 보는 동안, 곧이어 내 뒤차의 운전사가 문을 열고 나와서 “자신의 잘못이다”고 말했다. 나 역시 자동차 밖으로 나가려고 하는 데 어지럼을 느꼈다. 어처구니없는 자동차 추돌 사고를 겪어 정신이 아득하고 몸이 경직된 상태에 빠졌다. 추돌한 자동차 소유주가 사고 신고를 하고, 자동차 3대를 지하차도 입구 옆길로 옮기자 곧바로 경찰차와 구급차가 나타났다. 경찰관이 운전사 3명에게 음주 측정을 하더니 모두 음성이라고 하였다. 이어서 가해자 보험회사 사고 처리 전담자가 나타나 사고 상황을 기록하기 시작하였다. 보험회사 직원에게 자동차 열쇠를 넘겨주고 구급차를 타고 인근 바로선병원 응급실로 갔다. 몹시 놀란 탓에 제대로 걷지 못하니까, 응급실 직원이 휠체어를 가져왔다. 휠체어를 타고 신경센터에 가서 의사 문진을 받았다. 눈동자의 움직임과 X자 모양으로 걷는 모습과 어지러워하는 내 상태를 보고 CT 촬영을 하기로 하였다. 병원 일정상 CT는 다음 날 오전에 찍기로 하였다. 어지럼증 약을 처방해 주어 근처 약국에서 약을 짓고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저녁을 먹고 나니 어지럽고 몸이 나른한 상태가 되어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 날 아침에도 어지럽고 기운도 없고 온몸이 나른하다. 아침에 바로선병원에 가서 CT 촬영을 한 결과 다행히 머리에는 이상이 없다고 한다. 어딘가 다치거나 상처가 났으면 병원에서 치료하겠지만, 외상이나 내상이 없어 보여 병원에서는 달리 치료할 게 없다고 한다. 어지럽고 어깨가 결리고 전신에 힘이 없는 상태에서 어찌해야 할지 몰라 가해자 보험회사에 문의하니, 한의원 치료도 가능하다고 한다. 동네 한의원에 가서 추나요법, 물리치료, 침술 치료를 받고, 부항을 뜨고 몸의 기력을 북돋우는 한약을 먹기 시작하여, 보름 정도 시간이 지났는데도 아직도 낫지 않고 그대로다. 잠자리에서 일어나 조금 지나면 어지럽다가 시간이 더 흐르면 조금 잠잠해지는 느낌이다. 하지만 저녁 무렵이 되면 또다시 어지럽다. 노약자라서 그런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정상 상태로 돌아가려면 시간이 더 걸릴 것 같다. (2026년 6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