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베개 내어주고
농번기에 아침 일찍 먹고
초등학생들 학교 보내고
어린애 업고 걸리고
전답 있는 무시듬에 올라가
바쁜 일손 돕다가
땅거미가 내릴 때야
농산물 한 다라이*머리에 이고
어린애 업고 걸리고 본동으로
산중턱 돌산 오리길
으스스한 예날곱 산모롱이
굽이굽이 돌아서
종종걸음으로 내려오니
집 앞 상보에
옹기종기 모여 앉자
엄마하고 쪼르르 따라와
밥 달라고 보채도
엄마가 밥해 줄게
정지에 가서 무쇠솥에
삶아 놓은 보리쌀 깔고
쌀 한 사발 씻어 넣고
부엌아궁이에 불 지펴 넣어
밥물 보글부글 넘으면
잔불에 뜸 들이는 사이
반찬은 배추 조리개 만들고
짭조름하게 달인 된장뚝배기
양푼에 밥 퍼서
두레상 갖다 놓으면
우르르 달려들어 먹는 모습
쌀밥 배부르게 먹이는 것이
평생소원인 엄만 목 메이고
남은 밥 먹고
그릇은 씻어 살강에 엎어놓고
세숫대야 물에 얼굴 대충 씻고
피곤이 한꺼번에 밀려와
어린자식에게 양팔베개 내주고
스르르 잠이 드는 엄마
* 다라이 : 큰 대야의 경상도 방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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