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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정생에 관한 글

동아일보 1985.12.23 기사 "잃어버린 인간성 심어주기 온힘"

작성자여산|작성시간16.05.16|조회수38 목록 댓글 0

 

동아일보 1985. 12. 23 기사



 


 

 

 

 

가난, 병고 속의 순수 동화작가 권정생 씨

잃어버린 인간성 심어주기 온힘

 

 

 

그를 찾아가 만난 것은 충격이었다.

16년 동안 티 없이 말고 깨끗한 동화로 어린이 세계에 소망의 빛을 던져오고 있는 아동문학가 권정생 씨(49)는 경북 안동군 일직면 조탑동 산골 후미진 산모퉁이 빈터, 먼지 없는 서너 평짜리 슬라이브 집에서 찌든 가난과 지친 병고 속에서 절박한 작가생활을 해가고 있다.

 

69기독교교육지에 동화 강아지똥으로 등단, 아기양의 그림자 딸랑이, 무명저고리와 엄마등으로 화제를 모으고 사과나무 밭 달님등 두 편의 동화집과 장편 소년소설 몽실언니》 《초가집이 있던 마을등을 펴내 그의 창작동화는 1백 편을 넘는다. 내년에 동시집을 출간할 예정이라는 권 씨는 독실한 기독교신자로 일직교회 문간방에서 살다가 재작년에 이곳 마을 청년들이 지어준 이 집에서 두 강아지와 함께 단신으로 살고 있다.

 

1회 한국아동문학상 수상자인 그는 어쩌면 믿음보다 동화를 쓰는 작업이 마음을 더 깨끗하게 만드는 것 같아 즐겁게 글을 써간다면서 어린이와 어른이 함께 읽으면서 우리가 잃어버린 인간성을 되찾고 분단조국에 대한 슬픔과 관련한 통일에 대한 염원을 작품 안에 담으려고 애를 쓰고 있다.”고 말했다. 집필과 기도가 그의 생활의 전부.

 

청년시절에 결핵에 걸려 초기에 치료를 제대로 못하여 만성적으로 고생을 하고 있다는 그는 얼마 되지 않는 원고료와 군에서 생활보호대상자인 그에게 지급하는 쌀과 보리 12kg, 연탄 값 7천원 등으로 가까스로 생활을 꾸려가고 있다.

 

비좁은 방 한구석, 봉지에 든 식은 고구마 몇 개가 눈길을 끈다. 소망을 묻자 권 씨는 통일이지요. 어른들의 잘못으로 조국이 분단, 서로 미워하며 살아가고 있는데 한겨레가 서로 사랑하며 살 수 있도록 기원하곤 합니다. 저 자신의 문제에 대해서는 더 이상 없습니다. 그러나 투병도 지칠 정도고 죽고 싶은 심정입니다.”라면서 좌절의 그림자가 엿보이지 않는가.

 

사람뿐만 아니라 소외당한 생명에 대해 그들 나름대로의 아름다운 인간성과 생명의 존엄성을 표현하고 싶다던 그의 작가정신은 위기를 방황하는 것일까. “생명의 존엄성을 강조하면서 죽음 운운하는 것은 도착입니다. 이 생명 다하도록 하느님의 뜻대로 살아 나가야죠.” 조용히 말을 잇자 핏기 없는 얼굴에 눈망울이 유난히 초롱초롱했다.

 

멀리 교회의 종소리가 울리고 세모의 총총걸음이 새해를 향해 줄달음질치고 있는 이 시각. 그간 건강을 회복, 좋은 작품을 계속 써나갈 수 있도록 뒷받침할 수 있는 따뜻한 배려의 손길은 없을까.

 

어두침침한 방 안에서 쪼그리고 앉아서 인터뷰를 마치고 밖으로 나오니 어둔 동천에 별빛이 더욱 차갑다. “빛을 찾아가는 길은 가시밭길…… 빛을 찾아가는 길의 나의 노래는 검은 구름 거둬가는 바람이 되라詩句(시구)를 되뇌며 발길을 재촉.

 

글 이시헌 편집위원

사진 홍성혁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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