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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영동 월류봉 및 천태산이야기 (1부)

작성자코알라|작성시간26.06.05|조회수53 목록 댓글 2

이번 기행은 마운틴님의 야심 찬 기획으로 시작되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멤버 모집 공고가 뜨자마자 신청자가 몰려들어 경쟁률이 웬만한 인기 콘서트 티켓 예매를 방불케 했다.

늦게 신청한 분들은 아쉽게도 "다음 기회에..."라는 통보를 받으며 컷오프의 아픔을 삼켜야 했다. 월류봉 둘레길이 아니라 월류봉 입장권 전쟁이었다.

출발 당일.
하늘은 한 점 구름 없이 맑았고 아침 기온은 22도. 기상청은 별말 없었지만 하늘은 이미 우리에게 말했다.
"오늘 땀 좀 흘리실 겁니다."

16명의 정예 멤버는 4대의 차량에 나누어 타고 충북 영동 월류봉 주차장을 향해 출발했다. 거리 약 135km.

신기한 것은 출발지는 제각각이었는데 도착은 거의 동시에 했다는 점이다.
내비게이션의 위대함인지, 운전자들의 숨겨진 F1 본능인지 모르겠지만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집결에 성공했다.

주차장에 도착하니 대형 관광버스들도 줄지어 서 있었다.
"어? 우리 말고도 월류봉의 아름다움을 알아본 사람들이 이렇게 많았네?"

차에서 내리자마자 눈앞에 펼쳐진 풍경에 모두가 잠시 말을 잃었다.

푸른 하늘, 맑은 강물, 병풍처럼 둘러선 월류봉의 산세.
왜 이름이 월류봉(月留峰)인지 단번에 이해가 갔다.

경치가 얼마나 아름다우면 달도 가다가 잠시 머물렀겠는가.
물론 우리도 한동안 머물렀다.

달은 경치에 취해 머물렀고, 우리는 사진 찍느라 머물렀다.

충분히 감탄한 뒤 드디어 월류봉 둘레길을 향해 첫발을 내디뎠다.
목적지는 반야사.
약 8km 거리라는데 숫자만 보면 가벼워 보인다.

다행히 데크와 평지 위주의 길이라 부담은 거의 없었다.
누군가는 산책이라 했고, 누군가는 소풍이라 했다

둘레길 입구에는 영동 한천정사가 있다.
이곳은 조선시대 대학자 우암 송시열 선생이 서재를 짓고 학문을 가르치며 시를 읊던 곳이라고 한다.
요즘 식으로 말하면 자연 속 프리미엄 독서실이자 인문학 힐링캠프쯤 되겠다.

길을 걷다 보니 오디가 탐스럽게 익어 있었다.
몇몇 회원들은 "자연관찰"을 명목으로 오디 상태를 점검했는데, 점검 방법이 입으로 확인하는 방식이었다.
과학적이고 실용적인 관찰이었다.

길가에 핀 큰으아리꽃도 감상하고 이름 모를 야생화도 구경했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금꿩의다리 님을 찾았다.
"이 꽃 이름이 뭐예요?"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답이 나온다.
정말 놀랍다.
휴대폰 검색보다 빠르다.

우리 팀에는 AI는 없어도 걸어 다니는 야생화 백과사전이 있었다.

걷는 중간중간 회원들이 건네는 방울토마토, 땅콩, 과자 등의 간식도 큰 즐거움이었다.
특히 이런 단체 걷기의 묘미는 배가 고프지 않아도 자꾸 뭔가를 먹게 된다는 것이다.

걷는 칼로리보다 먹는 칼로리가 더 많았는지는 조사하지 않기로 했다.

점심으로 준비한 꼬마김밥도 기대 이상이었다.
거기에 막걸리 한 사발까지 곁들이니 금상첨화.
순간만큼은 둘레길이 아니라 미식기행 같았다.

이런저런 이야기꽃을 피우며 걷다 보니 어느새 반야사에 도착했다.

이곳에는 흥미로운 이야기가 전해진다.
수양대군이 단종으로부터 왕위를 빼앗은 뒤 이곳 강가에서 목욕을 하고 문수전으로 향했다는 것이다.

최근 영화와 드라마 덕분에 세조에 대한 이야기가 다시 회자되고 있는데 역사적 평가는 엇갈린다.

왕위를 차지하는 과정은 매우 냉혹했지만 국가 운영 능력만큼은 인정받는 왕이었다고 한다.

역사는 늘 그렇다.
한 사람 안에 공과가 함께 존재한다.
그런 역사 이야기를 나누며 걷다 보니 어느새 우리의 발걸음도 월류봉의 풍경 속으로 깊이 스며들고 있었다.

반야사 일정을 마친 후 다시 월류봉 주차장으로 돌아가야 했다.
걸어가면 꽤 멀지만 우리에겐 현대문명의 결정체가 있었다.

바로 택시.
택시 4대로 깔끔하게 해결했다.
역시 걷기 모임도 필요할 때는 과감하게 바퀴의 힘을 빌릴 줄 알아야 한다.

우리는 다시 노근리평화공원으로 향했다.
그곳 소극장에서 우리 민족의 아픈 역사인 노근리 사건에 대한 영상을 관람했다.

1950년 7월, 피란길에 오른 주민들이 미군의 안내를 받아 이동하던 중 쌍굴다리 아래에 모였고, 그곳에서 수많은 민간인이 희생된 비극적인 사건이었다.

이후 유족들의 끈질긴 노력으로 진상 규명이 이루어졌고 미국 정부의 유감 표명도 있었지만, 희생자와 유족들의 상처를 온전히 치유하기에는 부족했다.

직접 쌍굴다리 아래에 서 보니 벽면 곳곳에 남아 있는 총탄 흔적이 당시의 참상을 말없이 증언하고 있었다.

76년이 지난 지금도 그 흔적은 보는 이의 마음을 무겁게 만든다.

어쩌면 이번 기행은 단순한 걷기 여행이 아니라 6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나라 사랑의 의미를 되새기는 뜻깊은 시간이었다.

저녁 식사를 마친 후에는 즐거운 여흥 시간.
누군가 월남뽕(?)을 제안하며 분위기를 띄우려 했지만 모두가 하루 종일 걷고 이동한 탓에 체력이 방전된 상태였다.

결국 계획은 자연스럽게 무산.
평소 같으면 웃음꽃이 만발했겠지만 이날만큼은  이불이 최고의 친구였다.

개인적으로는 화투를 준비하지 못한 것이 조금 아쉬웠다.

여럿이 둘러앉아 웃고 떠들 수 있는 데는 역시 화투만 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돈은 안 걸고 우정만 걸고 말이다.
그렇게 하루가 저물어 갔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 모른다
월류봉 둘레길도 좋았고 노근리의 역사도 뜻깊었지만,
진짜 하이라이트는 이제부터라는 것을.

기다리고 있던 것은 이름만 들어도 다리가 후들거리는 천태산이다
과연 누가 웃고, 누가 신음하며, 누가 "다시는 안 온다!"를 외치게 될 것인가?

천태산 이야기 2부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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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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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구르는돌 | 작성시간 26.06.06 맛깔나는 후기가 있어 넘 좋습니다
  • 작성자금꿩의다리 | 작성시간 26.06.11 월류봉의 하루가 소설로 창작이 되었군요
    재미나게 생생하게 느껴보며 잘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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