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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군산군도 섬잇길 STORY

작성자코알라|작성시간26.06.12|조회수41 목록 댓글 1

[고군산군도 섬잇길 기행 ST0RY]

 

이번 고군산군도 섬잇길 기행은 구돌님의 야심 찬 기획으로 시작되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좋은길 걷고 싶다" 역사상 최다 인원, 최다 차량 참가라는 신기록이 세워졌다. 무려 22명의 참가자와 5대의 차량이 동원된 것이다.

 

조금만 더 늘었더라면 승용차 행렬이 아니라 관광버스를 대절해야 했을지도 모른다. 

 

아마도 "시원한 바닷길을 걷는다"는 유혹이 회원들의 발걸음을 강하게 끌어당긴 모양이다. 

 

산은 숨이 차지만 바다는 가슴이 뻥 뚫리니 말이다.

우리는 새로 개통된 새만금 고속도로를 따라 약 1시간을 달려 장자도에 도착했다.

 

평일이라 한산할 줄 알았는데 그건 순진한 생각이었다.

관광버스는 물론이고 승용차와 사람들로 섬 전체가 북적거렸다. 

 

마치 전국의 걷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오늘 모두 고군산군도로 집결한 듯했다.

 

정각 9시.

말도행 여객선에 승선했다.

오늘 일정은 명도에서 내려 트레킹을 시작해 보농도를 거쳐 말도까지 걸어간 뒤, 다시 배를 타고 장자도로 돌아오는 코스다.

 

배가 출발하자 시원한 바닷바람이 우리 일행을 반갑게 맞아준다.

그때 배 난간 쪽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린다.

 

언어의 마술사 언더님의 인문학 강의가 시작된 것이다.

 

오늘의 주제는 다름 아닌 프로이트의 정신분석 이론.

사람의 마음은 크게 이드(Id), 자아(Ego), 초자아(Superego)로 나뉘며, 건강한 삶을 위해서는 이 세 가지가 적절한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설명은 매우 흥미로웠다.

다만 나는 얼핏 들어본 적만 있을 뿐 자세한 내용은 잘 몰랐기에,

"아하~ 그렇군요."

"그렇지, 그렇지."

하며 고개만 전문가처럼 끄덕이고 있었다.

 

사실은 이해보다 분위기에 동참하는 데 더 큰 비중을 두고 있었다.

 

그렇게 고개를 끄덕이다 보니 어느새 명도에 도착했다.

명도(明島)는 '밝은 섬'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데, 맑은 날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모습이 아름다워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이름부터가 왠지 긍정적이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섬 트레킹이 시작되었다.

걷기로 단련된 우리 일행은 보농도와 말도를 향해 씩씩하게 걸어간다.

누가 보면 국가대표 걷기 선수단이 전지훈련 나온 줄 알 정도다.

 

한참을 걷다가 중간 정자에서 휴식을 취했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에너자이저표 특급 간식이 등장한다.

 

상류수:"걷기때마다 에너가 간식을 가져가서 우리집살림 거덜나겠어요!!"

하며 농담을 건넨다

 

맛있는 떡이 돌고,

막걸리가 돌고,

각종 간식이 돌고,

심지어 웃음까지 돈다.

 

세상에 이렇게 회전율 좋은 정자가 또 있을까 싶다.

 

그런데 나는 가져온 것은 별로 없으면서 먹는 일에는 누구보다 적극적이다.

 

떡 한 조각,

막걸리 한 잔,

또 간식 한 줌.

손은 누구보다 빠르고 동작은 누구보다 자연스럽다.

 

가끔은 내가 트레킹을 온 건지, 시식회를 온 건지 헷갈릴 정도다.

먹긴 먹어도 입만 가지고 온 사람이라 약간의 양심의 가책은 있지만,

 

그 양심도 떡 한 조각 더 먹고 나면 금세 사라진다.

역시 걷기 모임의 최고 미덕은 걷는 것이 아니라 함께 나누어 먹는 즐거움인지도 모르겠다. 

나도 다음에 뭔가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든다.

 

다시 말도를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전망대에 올라 바라본 풍경은 그야말로 감탄 그 자체였다.

 

푸른 바다와 울창한 숲, 그리고 섬들이 어우러진 모습은 웬만한 외국 관광지와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었다.

 

그리고 바닷물을 보니 여수 금오도 비렁길의 바닷물처럼 애머랄드빛의 푸른 색이다

 

"굳이 비행기 타고 해외까지 갈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였다.

 

그렇게 절경에 취해 걷고 있는데, 갑자기 수수깡이 옆에서 말을 건넨다.

 

수수깡: "우리 내기 할까요?"

나: "뭔데요?"

수수깡: "말도에 사람이 살고 있을까요?"

나: "없다!"

수수깡: "있다!"

 

수수깡은 자신만만했다.

"저 다리 보이죠? 송수관이 지나가잖아요. 사람이 안 살면 물을 왜 보내겠어요?"

그럴듯한 논리였다.

 

하지만 이미 내 마음속에는 답이 정해져 있었다.

'섬 이름이 말도(末島), 즉 끝섬인데 사람이 살겠어?'

옆에 있던 지산도 내 편에 섰다.

"맞아요. 없을 것 같은데요?"

 

순간 나는 든든한 지원군을 얻은 장군처럼 자신감이 하늘을 찔렀다.

 

수수깡 대 지산·나.

2 대 1 구도가 형성되었다.

 

그런데...

내가 승리를 확신한 지 채 1분도 지나지 않아 상황은 급반전되었다.

휴대폰 검색 결과,

말도 주민 거주.

민박 운영.

식당 운영.

심지어 관광객도 맞이하고 있었다.

말도는 사람이 사는 섬이었다.

 

나는 즉시 패배를 인정했다.

아니,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증거가 너무 명확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전문가인 척 고개를 끄덕이며 프로이트 강의를 듣던 내가

 

이번에는 검색 결과 

결국 내 주머니에서는 거금(?) 1,000원이 수수깡의 주머니로 수동 이체되었다.

 

어느덧 우리의 최종 목적지인 말도 선착장에 도착했다.

 

단체사진 한 장 찰칵!

인증샷을 마친 뒤 우리는 다시 장자도행 배에 승선했다.

 

배에서 내려 장자도 거리를 걷는데, 곳곳에 호떡집들이 줄지어 서서 우리를 유혹한다.

갓 구운 호떡 냄새가 코를 간질인다.

 

하지만 나는 강한 의지로 버텼다.

왜냐하면 점심 식사가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식당에 도착한 우리는 메뉴를 박대정식으로 통일했다.

장자도에 왔으면 박대 한 번은 먹어줘야 한다.

 

개인적으로 박대는 참 가성비 좋은 생선이라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내장이 차지하는 비율이 아주 적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조기는 손질하다 보면 "이게 살인가, 내장인가?" 싶을 때가 있는데, 박대는 거의 버릴 게 없다.

마치 건설 현장에서 자투리 자재가 거의 남지 않는 모범적인 설계도 같다.

 

먹을수록 경제적이고,

씹을수록 합리적이다.

식사를 마친 뒤 우리는 다시 기수를 선유도해수욕장으로 돌렸다.

 

맨발걷기 전도사인 나에게는 또 하나의 하이라이트가 시작된 것이다.

백사장을 보자마자 반가운 마음에 신발부터 벗었다.

 

맨발걷기 전문가들의 말에 따르면, 맨발걷기 효과는 해수욕장 백사장이 최고라고 한다.

적당한 소금기와 물기가 있는 모래는 접지 효과를 높여 몸 안의 활성산소를 중화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게다가 발바닥 지압 효과까지 있으니 일석이조다.

한마디로 자연이 만든 초대형 건강센터인 셈이다.

 

나 역시 백사장을 걸으며 몸속 나쁜 기운들이 모래 속으로 빠져나가는 상상을 해 보았다.

실제로 빠져나갔는지는 모르겠지만 기분만큼은 확실히 좋아졌다.

 

생각해 보니 이번 기행은 건강 측면에서도 대단했다.

명도에서 말도까지 열심히 걸었으니 보약 한 재를 먹은 셈이고,

 

선유도 백사장에서 맨발걷기까지 했으니 거기에 산삼 한 뿌리를 추가한 특제 보약을 복용한 셈이다.

 

아마 우리 몸은 지금쯤,

"주인님, 이렇게까지 챙겨주셔서 감사합니다."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물론 집에 돌아가서 야식으로 치킨만 먹지 않는다면 말이다.

그렇게 우리는 웃고, 걷고, 먹고, 또 걸으며 고군산군도의 아름다운 하루를 마무리했다.

 

그리고 모두의 마음속에는 같은 문장이 새겨졌을 것이다.

"좋은길 걷고 싶다 FOREVER!!"

 

걷는 길은 끝나도,

좋은 사람들과 함께 걷고 싶은 마음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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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계수 | 작성시간 26.06.12 그전 최고기록이 2017년 9월에 5박6일로 제주도 한라산둘레길 기행에 21명이 참가했었는데, 구돌님의 숨겨진 매력이 드디어 발산하여 기록이 갱신되었습니다. 여행후에는 코알라님의 탁월한 문장력을 기대하면서 한번 더 기행하는 기쁨을 얻습니다. 특히, 두분 모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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