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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주 구천동 어사길 기행문

작성자코알라|작성시간26.06.19|조회수12 목록 댓글 0

[무주 어사길(御史길) 기행 스케치]

이번 기행은 원래 구돌님이 기획한 행사였다.
하지만 부득이한 사정으로 구돌님이 빠지게 되면서, 나는 본의 아니게 행사 추진위원장 겸 총무 겸 기사 담당까지 떠맡게 되었다.

마감 5일 전 참가 신청 현황을 확인해 보니 상황이 심상치 않았다.
지난번 고군산군도 섬잇길의 뜨거운 열기와는 달리 신청자는 달랑 2명.

순간 머릿속에 경고등이 켜졌다.
"이러다 역대 최소 참가 기록을 갈아치우는 것 아닌가?"
참고로 현재 기네스 기록은 지리산 둘레길의 3명이다.

그 전설적인 기록은 아직도 깨지지 않은 채, 걷기모임 역사책 어딘가에 금박으로 새겨져 있다.

다행히 마감이 다가오자 "어디 한번 가볼까?" 하는 용감한 분들이 하나둘 합류했고, 우리는 기록 경신이라는 불명예를 가까스로 피할 수 있었다.

어쨌든 마운틴,언더,미카엘,루시아,수리취,금꿩의다리.저 코알라까지 7명의 정예 멤버들은 차량 2대에 나누어 타고 무주 구천동 덕유산 주차장으로 향했다.

*참고로 저의 닉네임이 코알라인데 가끔 유래를 물어보는 분이 있어 이 자리를 통해서 밝힌다.
지금은 안보이지만
언젠가 전생찾기 프로그램에서 나의 전생이 코알라
그래서 엉겁결에 쓰게됨*

인원은 소수정예였지만 분위기만큼은 관광버스 3대가 출동한 수준이었다.

새벽부터 이슬비가 살짝 내렸다.
혹시 비가 계속 오는 건 아닐까 걱정했는데 출발 시간이 되자 거짓말처럼 하늘이 열렸다.
마치 하늘에서도
"오늘 어사길 행사? 승인!"
도장을 찍어준 느낌이었다.

나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드라이브를 즐긴 끝에 구천동 주차장에 도착했다.
그곳에서는 먼저도착한 미카엘팀이 반갑게 우리를 맞아주었다.

출발할 때 차량 외부온도는 24도였는데 구천동에 도착하니 22도.
불과 2도 차이인데 체감상으로는 에어컨 강풍 버튼을 누른 느낌이다.

오늘 기행은 걷기와 피서를 동시에 해결하는 일석이조 코스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절로 생겼다.

오늘 우리가 걸을 어사길은 백련사까지 왕복 12.8km.
이름부터가 심상치 않다.
'어사길'이라니~~

조선시대 암행어사와 관련된 이야기가 전해 내려오는 길이라고 한다.
무주 구천동 일대는 예로부터 교통의 요지이자 산세가 험한 곳이었다.

암행어사는 왕의 특명을 받고 지방 관리들의 부정부패를 조사하고 백성들의 삶을 살피던 특별 관리였다.

어사길의 가장 큰 매력은 울창한 숲길과 시원한 계곡이다.
길도 비교적 완만하여 걷기에 부담이 없다.
아마 암행어사도 이 길을 걸으며 더위를 식혔을 것이고,

오늘날 걷기꾼들 역시 같은 이유로 이 길을 찾는 게 아닐까 싶다.
비록 참가 인원은 많지 않았지만 좋은 사람들과 함께 걷는 길은 언제나 즐겁다.

생각해 보면 모임의 즐거움은 숫자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에 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암행어사가 찾았던 것도 백성들의 삶 속에 숨어 있는 따뜻한 정이었을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며 우리는 계곡물 소리를 배경음악 삼아, 천천히 어사길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시원한 물줄기와 더욱 짙어진 녹음이 우거진 숲길을 따라 걷다 보니 드디어 월하탄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곳은 달빛 아래 선녀들이 살포시 내려와 목욕이라도 할 것 같은 분위기의 명소다. 두 줄기

폭포수가 기암절벽을 타고 흘러내려 푸른 소(沼)를 이루는데,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 잠시 현실을 잊고 선녀를 기다릴 뻔했다.

어사길은 데크길과 오솔길이 적절히 섞여 있어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

게다가 이번에는 식물도감 수준의 지식을 갖춘 금꿩님이 동행해 길가의 야생화를 하나하나 설명해 주셨다.

꽃말이 '사랑의 비밀' 인 너도바람꽃, 꽃말이 '애교' 인 산오이풀, 그리고 북한의 국화인 함박꽃까지.
(위의 사진 참고)

조금 더 걷자 예전에 백련사와 구천동을 오가던 사람들의 쉼터이자 여울목 역할을 했던 안심터가 나왔다.

이곳에 오니 문득 들었던 이야기가 생각났다.
"구천동 계곡물은 너무 차가워서 한여름에도 발을 1분 이상 담그기 힘들다."
호기심 천국인 나는 직접 검증해 보고 싶었다.

그런데 체험비가 50만원이다

바로 옆 현수막에 적혀 있었다.
'계곡 출입 시 과태료 50만 원.'

순간 실험 정신은 사라지고 경제 정신이 발동했다.
가정경제가 더 중요해서
결국 계곡물의 온도 측정은 다음 기회에~~

조금 더 걸으니 반환점인 백련사가 나타났고, 기다리고 기다리던 점심시간이 찾아왔다.
이날의 메뉴는 꼬마김밥.

그런데 이 김밥이 어찌나 맛있던지 모두가 순식간에 흡입했다.

특히 늘 먹거리 준비에 정성을 쏟는 금꿩님의 공로를 생각하면, 이제 정식 직함을 하나 드려야 할 것 같다.

"걷기모임 김밥구매담당이사"

모든 걷기길이 건강에 좋지만, 이번 무주 어사길은 유독 몸과 마음을 함께 치유해 주는 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향적봉에서 시작된 맑은 물이 백련사를 지나 구천동 계곡을 흐르며 덕유산의 기운을 한껏 품고 있어서일까.
걸을수록 몸은 가벼워지고, 마음속에 쌓여 있던 스트레스는 계곡물 따라 어디론가 떠내려가는 느낌이었다.

이번 무주 어사길은 한마디로,
"몸은 걷고, 눈은 호강하고, 마음은 힐링하는 길"
이었다.

혹시 아직 어사길을 걸어보지 못한 분들이 계시다면 꼭 한번 도전해 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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