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崇山스님 법문外

[스크랩] 왜 기적을 행하지 않나요? / 숭산스님

작성자도문3|작성시간26.06.19|조회수0 목록 댓글 0



선사님께


뉴헤븐 선원에서 어떤 사람이 제게 이런 질문을 했습니다.

"만일 선사님께서 기적을 행할 수 있다면 왜 그것을 실제 행하지 않나요? 그분이 대보살이라고들 하던데, 이것은 육체적,
심리적인 병을 다 함께 치료할 수 있다는 뜻이 아닐까요? 왜 선사님께서는 장님을 눈뜨게 한다거나 미친 이를 만져서 온전한
사람으로 고치는 일 같은, 예수가 했던 일을 하지 않으시나요? 단지 물위로 걷는 기적만이라도 보여 준다면 많은 사람들이 선을
믿을 것이고, 그로 인해 참선도 하고 결국 깨달음까지 얻게 될 텐데요, 그런데도 선사님은 왜 모든 사람들을 위해 기적을 행하지
않으십니까?"

이와 같은 질문에는 어떤 답을 해야 할까요?

무각스님에게


편지 잘 받아 보았습니다. 사람들은 흔히 기적을 바랍니다.
또 만일 기적을 보면 거기에 너무 집착하게 됩니다.
그러나 기적이란 단지 기술일 뿐입니다. 참다운 방법이 못 됩니다. 만일 선사가 기적을 자주 사용한다면 이것을 본 사람들은
그의 어떤 기교에 너무 집착하게 되어 참다운 도리를 배우려 들지 않게 됩니다.

만일 의사가 병자에게 그의 병을 고쳐 주면서 다른 병을 얻게 해준다면, 그 의사를 훌륭한 의사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만일
선사가 물 위를 걷는다면, 사람들이 선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만일 사람들이 그런 이유로 찾아
왔다면, 실제로 참선을 한다는 게 너무나 힘이 들고, 지루하고, 너무 평이하기 때문에 싫증을 느끼고 곧 전부 떠나고 말겠지요.

당신은 황벽 선사 이야기를 알고 있을 겁니다. 그 선사는 다른 승려와 함께 여행을 하다가 강에 다다랐습니다.
그 승려는 조금도 머뭇거리지 않고 물위를 걸어 강을 건넌 뒤에 황벽선사에게도 똑 같이 하라고 시켰습니다.

황벽선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만일 내가 저놈이 나한인 줄 알았다면, 강에 닿기 전에 다리를 분질러 놓았을 거다."
눈 밝은 선사는 사람들의 업을 알고 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네가 스스로 지은 업은 네 스스로 원할 때만 소멸시킬 수 있다. 아무도 네가 네 업을 없애도록 만들 수는 없다."
또 부처님께선 이런 말씀도 하셨습니다.
"내게 좋은 약이 많다. 그러나 너 대신 내가 먹을 수는 없다."

부처님께선 눈이 먼 사람들이나 신체가 불구인 사람들을 위하여 이미 가르침을 베푸셨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쉬운
해결책을 원하기 때문에 자기들을 위해 일해 줄 또 다른 사람들을 찾아다니는 것입니다.

어머니가 아기를 길들이는 방법을 보면 이를 알 수 있습니다.
만일 어머니가 아기를 위해 모든 것을 다한다면 그 아이는 자라서 엄마에게 의지합니다. 훌륭한 어머니는 아이 스스로 자기
일을 하게끔 시킵니다. 그러면 그 아이는 자라서 강하고 자립적인 사람이 됩니다.

한국에는 자기 스스로를 예수라고 칭하는 사람이 살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를 믿지요. 그가 세수하면 사람들은 그 물을
가져가서 약처럼 마십니다. 또 사실 그렇게 하면 그들의 병이 신기하게도 고쳐진답니다. 그러나 이는 그들의 마음이 몸의 병을
고친 것입니다. 그들은 이 사람이 기적을 행한다고 굳게 믿고 있기 때문입니다.
만일 그들이 그를 믿지 않는다면 그는 전혀 기적을 행할 수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사랑에 빠진 총각, 처녀는 첫번째 입맞춤을
할 때 그들의 입술에서 신기한 느낌을 생기는 것을 경험합니다.

총각의 손이 애인의 몸에 닿게 되면 손가락 끝에 전기가 일어나는 것을 느낍니다. 인도에는 이러한 종교지도자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이는 좋은 가르침이 못 됩니다. 제자들로 하여금 지도자에게 매달리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제자들로서는 어떻게 해야
자기 스스로도 기적을 행하게 되는지를 결코 알 수 없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자신을 위해 행동하기가 어렵습니다.
기적만으로는 악업을 소멸시킬 수는 없습니다.

그것은 단지 기교일 뿐입니다. 예수가 라자로를 무덤에서 일으킨 것으로 무슨 문제가 해결된 바가 있습니까? 라자로는 예전과
똑같이 업을 지닌 채 결국 죽어야 했습니다.

부처님의 십대 제자 중 한 사람이었던 목련존자는 큰 기적을 행하는 사람이었습니다. 하루는 목련존자가 명상하는 도중에
카필라 왕국이 곧 전쟁으로 인해 멸망하리라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래서 그는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내가 무슨 수를 쓰지 않으면 오늘부터 1주일 뒤 오전 11시에 온 나라가 잿더미로 되고 말 것이다."
그는 부처님께로 나아가 말씀드렸습니다
"세존이시여, 다음 주에 나라 안의 많은 백성이 죽음을 당할 것을 알고 계십니까?"

"그러하다"
"그럼 왜 그들을 구해 주시지 않습니까?"
"나는 할 수 없다."
"그러나 세존께선 전능한 힘이 있어 기적을 행하실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왜 그들을 구해 주시지 않는 것입니까?"

그 때 부처님께선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받아야 할 업은 없앨 수가 없다."
그러나 목련 존자는 그 말을 믿지 않았습니다. 반면 그는 부처님께서 자비심이 없다고 생각하니 매우 화가 났습니다.
그래서 그는 온 나라를 조그맣게 만들어 바리떼에 집어넣고, 그 바리떼를 평화롭고 고요한 도솔천에다 일 주일 동안 두었습니다.
예정된 시간이 지난 뒤 목련존자는 깊은 안도의 숨을 쉬고 혼잣말을 했습니다.

"아, 이제는 됐구나."

목련존자는 그 바리떼를 다시 땅에 내려놓았습니다. 그러나 그가 뚜껑을 열고 안을 들여다보니, 조그만 나라는 이미 전쟁을
일으켜 망한 뒤였습니다. 마술이란 단지 기교일 뿐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카드로 어떻게 재주를 부리는지 알고 있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무슨 마술 같지만 알고 보면 단지 눈속임에 불과한 것입니다.

우리는 단지 실제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모르고 있는 것 뿐입니다. 우리가 기적이라고 부르는 것 역시 같은 것입니다.
다른 사람의 의식을 뺏어가서 마음대로 조종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아주 강력한 힘을 발휘할 때도 있습니다.

옛날 중국에 도술을 아주 잘 부리는 장수가 한 사람 있었습니다.
전쟁 때면 그는 엄청난 수의 천군을 만들어서 하늘로 날아가게 했습니다. 반대편 군대는 겁에 질려서 적군에게 항상 떼죽음을 
당했습니다. 그런데 우연하게 반대편 군대에 현명한 장수가 한 사람 있었습니다. 그 장수는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를 알고 있었
습니다. 그래서 장수는 자기편 병사를 불러모으고 그 앞에 커다란 수정공을 높이 올려 두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병사들은 이 수정을 뚫어지게 쳐다봐서 잡념이 없도록 마음을 맑게 해야 한다. 그러면 안전하리라. 그러나 만일 주위를 살펴
본다거나 잡념을 갖기 시작하면 천군에 의해 반드시 목숨을 잃으리라."

그래서 모든 병사들은 마음을 맑게 해서 마술에 걸려들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곧 천군들이 나타났습니다. 잠시 동안은 허공에
떠 있을 수 있었지만 곧 전부 가랑잎으로 변해 땅으로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만일 그 누구라도 기적을 행하고자 하면 그 방법을
배울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올바른 길이 아닙니다.

눈 밝은 선사는 사람들이 바른 길을 찾는 데에 기적이나 마술이 결코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이를 행하지 않습
니다. 자기 업을 없애는 유일한 방법은 의식을 공(空)하게 만드는 길 밖에 없습니다. 거기에는 기적이라는 것이 없습니다. 대신
거기에는 올바른 견해와 수행만이 있을 따름입니다. 이것이야말로 참다운 기적인 것입니다.
(숭산스님)

출처: 학림사 오등선원 지대방 원문보기 글쓴이: 여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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