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이 생동하는 봄입니다. 조금만 더 있으면 싱그런 풀잎이 세상을 온통 싱그런 연두색으로 뒤덮을 것입니다. 아래의 사진처럼 말입니다. 그런데 이 풀이 싹을 틔우는 것을 한번 유심히 관찰해보면 두 가지 방식으로 싹을 틔운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바로 첫번째 방식은 떡잎이 나는 경우인데 바로 다음과 같은 모습을 띱니다. 연약한 새싹이 땅을 뚫고 돋아나는 것을 보면 신기하기만 합니다. 자연의 장엄함이 절로 느껴지면서 말입니다. 이 풀들은 이슬을 맞고 비를 맞으면서 무럭무럭 자라게 되겠죠? 다음의 사진처럼 말입니다. 이렇게 땅을 뚫고 새싹을 틔우는 것을 표현한 한자가 바로 "날 생(生)"자입니다. 이런 종류의 식물은 나중에 주로 덩굴풀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콩이나 호박, 또는 칡덩굴 같은 계열의 식물이 되는 것이지요. 날 생(生) 갑골문-금문-소전 이 "생(生)"자는 다른 많은 초기의 상형문자처럼 나중에 형성자의 음소, 곧 소리를 나타내는 요소로도 많이 쓰입니다. "별 성(星)"자와 "희생 생(牲)" 그리고 시집간 누나의 아들인 "생질 생(甥)"자 같은 경우가 모두 음소로 쓰인 경우입니다. 또 한 가지 종류는 떡잎 모양이 아니라 끝이 뾰족하게 올라오는 식물입니다. 이런 식물들은 싹이 나면 다음의 사진과 같은 모양을 띠지요. 보통 끝이 뾰족하게 자라는 식물로는 벼나 보리, 밀 같은 까끄라기가 있는 식물들이 대부분입니다. 아래의 사진처럼 강아지풀 같은 것도 날 때는 벼와 같은 모습을 띠고 납니다. 조금만 더 있으면 온 들판이 저런 풀로 싱그럽게 덮이겠죠? 그러나 우리는 보통 우리의 삶에, 사실상 먹을 수 있거나 눈을 즐겁게 해주는 것이 아니면 모두 한갓 "잡초"로 치부해버리고 맙니다. 이렇게 자라는 풀을 표현한 글자는 바로 "풀 초(艸)"자입니다. 풀 초(艸)" 소전 "풀 초"자를 보면 새싹보다 조금 더 자란 풀이 하늘을 향하여 쭉쭉 뻗으며 자라는 모습이 겹쳐지지 않나요? 그러나 정작 이 "풀 초(艸)"자는 현재는 거의 쓰이지 않습니다. 다만 서예가들이 가끔 쓰는 필체입니다. 대신에 "艹"의 형태로 간략화하여 풀을 나타내는 글자의 형체소로 두루 쓰이는데, 이를 "초두"라고 합니다. 여기에 소리를 나타내는 요소인 음소로 "조(早)"자를 붙인 "풀 초(草)"자가 원래 글자인 "초(艸)"자를 대신하게 되었습니다. 풀 초(草) 금문대전-소전 새싹을 나타내는 말로는 구망(勾芒)과 맹아(萌芽)가 있습니다. 구망(勾芒)은 달리 구맹(勾萌)이라고도 합니다. 구망은 떡잎처럼 끝이 꼬부라져서 나오는 새싹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원래 망(芒)은 벼처럼 끝이 뾰족하게 나는 새싹을 가리키는 말인데 꼬부라졌다는 뜻의 구(勾)자가 앞에 붙어서 그런 뜻을 나타내게 된 것이지요. 반면 맹아는 벼나 보리처럼 끝이 뾰족하게 나는 새싹을 말합니다. 24절기 중에 여름의 세 번째 절기인 망종(芒種)이 있습니다. 이 망종은 말 그대로 망(芒)을 심는 절기라는 뜻인데, 6월 5~6일 경에 옵니다. 바로 벼를 심는 절기인 것입니다. 지금은 영농기술의 발달로 다모작이 이루어져서 꼭 이 때를 고집하지는 않지만 옛날에는 거의 절대적으로 벼를 심는 절기이고 지금도 많은 곳에서 이 무렵에 벼를 심게 됩니다. 어릴 때 밀을 수확하는 것은 별로 본 적이 없습니다만 벼나 보리 같은 것은 수확을 해서 집에서 타작을 합니다. 대부분 비슷한 시기에 수확을 하니까 그 무렵에는 온 동네가 거의 잔치처럼 들뜬 분위기입니다. 그러나 어린 애들에게는 꼭 좋은 기억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타작을 하게 되면 보리나 벼 이삭의 끝에 있는 까끄라기(芒)가 눈에는 잘 띄지도 않게 옷 같은데 많이 달라붙곤 했습니다. 그래서 타작을 하는 동안에는 몇일씩이나 옷에 파고든 까끄라기 때문에 온 몸이 근질근질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새싹은 속된 말로 싹아지라고도 하고 또 싹수라는 표현을 쓰기도 합니다. 그래서 "누구는 싹아지가 없어." 또 "누구는 싹수가 노래."라는 표현을 쓰는 것을 심심찮게 들어볼 수 있습니다. 말하지면 "누구의 자질은 아예 싹도 틔우지 못할 정도로 형편이 없어." 또는 "누구의 자질은 싹은 틔웠는데 더이상 자라지를 못하고 그대로 노랗게 말라버렸어."라고 하는 말과 같습니다. 식물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참 많습니다. 우리는 "싹아지"가 없거나 "싹수가 노랗게" 되는 일일랑 절대로 없어야 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