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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문진보

검투사

작성자沙月|작성시간16.03.14|조회수135 목록 댓글 0

그래도 먹실을 뜨이는 형벌로만 그치는 것은 정말 다행한 일입니다. 다음에 설명이 나옵니다만 심한 경우에는 다른 사람들의 여흥꺼리가 되는 수치스런 일도 참고 견뎌야 했습니다.




이마가 아닌 뺨에 자자(刺字)를 하였고, 가슴에는 죄수임을 나타내는 수(囚)자 표식이 있는 옷을 입었습니다. 목에는 쇠사슬을 걸고 있고 아래 부분은 보이지 않아 딱히 뭐라고 단정할 수는 없겠지만 아마 손에 수갑을 차고 있는 것을 나타낼 것입니다. 위의 사진은 지금은 형의 집행이 끝난 상태임을 보여주고 있지요. 형이 막 끝났음을 나타내는 문자는 '마칠 경(竟)'자입니다.


마칠 경(竟)

갑골문-금문-금문전-소전-해서


갑골문으로 보면 묵형을 가하는 송곳으로 이마에 자자(刺字) 곧 글자를 새기고 있는 모양입니다. 이 글자의 훈이 '마치다'인 것을 보면 이제 막 먹실을 뜨는 작업이 끝났다는 것을 표시하는 것 같습니다. 이 글자는 '마칠 필(畢)'자와 함께 쓰이어 '필경(畢竟)' 등과 같은 용례를 들 수 있습니다. 두 글자 모두 '마친다'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글자는 금문을 보면 굉장히 사실적으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다른 글자에서도 마찬가지지만 금문은 문자로서 갖추어야 할 요건 중의 하나인 일정한 '크기'를 고려하지 않는다면 도화(圖畵), 곧 그림이라고 해도 거의 통할 만한 수준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다른 곳의 금문들, 예컨대 가(家)라든가, 보(步)자 등과 같은 글자와 비교해보면 수긍이 갈 것입니다. '마칠 경(竟)'자는 '竞'자와 모양이 흡사합니다. 다른 부분은 중간에 들어가는 요소인 '日'과와 '口'의 차이 정도입니다. '竞'은 훈이 '다투다'입니다. 이 자형만 가지고 보면 '마칠 경(竟)'자와 똑같습니다. 그러나 혼선을 피하기 위해서인지 지금은 '競'으로 씁니다. 묵형을 받은 두 사람이 나란히 서로 싸우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글래디에이터>의 한 장면


이는 위에서 잠시 언급한 것과 같이 묵형을 받고 수감된 죄수들을 가끔씩 불러다가 서로 싸우게 하면서 여흥을 돋우기도 하였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위의 사진은 리들리 스콧 감독의 <글래디에이터>의 한 장면입니다. 역사적으로 실존한 인물들과 가공의 인물들을 적당히 잘 얼버무려 만든 영화로 작품성과 흥행이란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영화입니다. 주인공인 막시무스는 유명한 로마제국의 철인(哲人)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총사령관이지만 이를 시기한 아우렐리우스의 아들 코모두스의 음해를 당합니다. 우여곡절 끝에 결국 노예로 전락하고 결국 글래디에이터, 곧 검투사가 되어 돌아와 복수를 하는 내용이지요. 실제로 실존 인물 가운데 아마 가장 유명한 노예 검투사는 스파르타쿠스일 것입니다. 콜로세움 같은 데서 1대1로 붙어 최후의 승자만이 살아남게 되죠. '다툴 경(競)'자입니다.


다툴 경(競)

갑골문-금문-금문전-소전-해서


갑골문만 형구인 송곳(辛)을 간략하게 역삼각형으로 표시하였습니다. 그 뒤 소전까지는 머리 위에 신(辛)자를 온전하게 표현하였다가 해서에 와서는 신(辛)이 간략하게 준 형태인 립(立)의 형태로 바뀐 것이지요. 경쟁(競爭)에서 보는 것과 같이 다툰다는 뜻끼리 함께 쓰이는 글자입니다. 지금은 단순히 겨룬다는 뜻이 강합니다만 옛날에는 죄수끼리 치고 받고 싸우는 모양에서 나온 글자입니다.

꼭 죄를 당한 사람이 아니더라도 상대와 단독으로 맞싸워야 할 경우가 온다면 누구든지 기선을 제압해야 합니다. 영화의 한 장면처럼 무기를 들고 싸우기도 하고 권투나 레슬링 같은 격투기처럼 주먹이나 손을 이용해서 싸우기도 합니다. 우리 나라에서는 맨손 싸움으로는 아마 씨름이 대표적인 겨루기가 아닐까요. 씨름은 몽골에도 있는데 굉장히 유명합니다.



몽골 씨름은 샅바를 잡고 쓰러뜨리는 방식인 우리 나라의 씨름과는 약간 다릅니다. 몽골 씨름은 위의 사진과 같이 초원에서 양손을 이용해서 상대를 쓰러뜨려 어깨를 땅에 닿게 하면 끝이 납니다. 레슬링과 거의 같습니다. 몽골은 국기도 레슬링입니다. 올림픽에서 해방 이후 첫 번째 금메달의 염원을 이룬 양정모 선수의 상대가 몽골의 오이도프라는 선수였었죠. 몽골에서는 나담이라는 축제 때 씨름(레슬링) 경기를 볼 수 있다고 하는데 요즘은 저렇게 실제 초원에서 하는 경기는 보기 힘들다고 합니다. 씨름 선수들은 싸우기 전에 독수리 날개처럼 두 손을 양쪽으로 뻗어 이리저리 빙글빙글 돌면서 춤을 춥니디만 경기가 끝나고 나면 이 세레모니는 온전히 승자만의 전유물이 됩니다. 두 사람이 손을 뻗쳐서 상대를 제압하려고 하는 글자가 바로 '싸움 투()'자입니다.


싸움 투()

갑골문-갑골문-소전-해서


'싸움 투()'자는 갑골문이 두 가지 형태입니다. 앞의 글자는 위 몽골 씨름선수들처럼 머리카락이 없지요. 반면에 두 번째 갑골문자에서는 머리카락이 있는데 사력을 다해서 싸우느라 머리카락이 풀어헤쳐지고 엉클어진 모습 같습니다. 이 글자는 금문에서는 보이지 않습니다. 금문이 통용될 당시에는 죄수들을 시켜 싸우게 하는 행위를 금지시켰고 그 사실이 문자에 반영된 것일까요? 글자를 시대별로 정리하다보면 가끔가다 이런 저런 갖가지 상상을 다 해봅니다. 이 글자는 같은 뜻의 다른 모양의 글자 전(戰)자와 함께 쓰이어 전투(戰) 같은 단어를 만들어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쓰이는 '투'자는 형태가 많이 다릅니다, 원래의 '()'자 안에 다른 요소가 많이 들어가 있는데, 다음과 같은 한자들입니다. 鬪, 鬬, 鬭. 우리 나라에서는 제일 앞의 글자가 통용되고 있고, 중국에서는 간체자로 '斗'를 택하였는데 이는 발음을 고려한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그 글자에서는 원래 이 글자가 만들어지게 된 의미가 사라져버렸습니다. 어쨌든 위의 세 글자는 모양이 서로 엇비슷하고 글자에 따라서는 다른 뜻으로 쓰이는 글자도 있지만 모두 '싸운다'는 뜻을 갖고 있습니다. '싸움 투()'자는 원래 싸운다는 뜻에서 왔으므로 이 부수에 속하는 글자들은 거의 싸움으로 인하여 파생된 뜻을 띠게 됩니다. '시끄러울 료(鬧)'자가 대표적인 경우인데 싸우느라 시끌벅적 시끄럽다는 뜻에서 나왔습니다.

묵형을 설명하다 약간 곁가지로 새게 되었는데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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