〇 금장대(金藏臺)
신라서울 경주에는 “삼기(三奇) 팔괴(八怪)”라 하여 세 가지 기이한 물건과 여덟 가지의 괴이한 현상이 있는데, 나는 삼기는 보지 못했고 팔괴중에 다섯 가지는 보고 금장낙안(金丈落雁)과 백율송순(柏栗松筍)을 보지 못했는데 이번에 기회가 있어 금장낙안(金丈落雁)을 보았다.
기러기들이 쉬어 가는 금장은 현곡면 금장리를 지나가는 형산강인데 그 강안 절벽에는 선사시대 ‘암각화’가있고. 누각은 없었는데 몇 해 전 경주시에서 금장대(金藏臺)란 누각(樓閣)을 크고 화려하게 세웠는데. 그 규모는 진주 초석루나 밀양영남루 못지않은데 樓라 하지 않고 왜 臺라하였는 지는 알 수 없었다.
이곳은 토함산에서 발원하여 명활산을 지나는 알천(북천)과, 토함산과 치술령에서 발원하여 남천을 지나는 물과 내남에서 흘러오는 물이 서천에서 합류하여 이곳 애기청소에서 합류하여 영일만으로 흘러가는 형산강이다, 두 물길이 만나 휘감아 돌면서 깊은 늪을 이루는 곳이 바로 愛妓淸沼(애기청소)이다.
이곳은 옛날부터 사람들이 미역 감다 익사가 많은 곳이다.
또 愛妓淸沼 (또는 藝妓淸沼 )건너편 백사장은 옛날부터 무당들이 굿을 하는 장소이고, 근래 유명한 김동리 소설 무녀도의 배경이 된 곳이다. (주인공 무녀 모화가 망자의 혼백을 건지기 위해 굿을 하다가 물에 빠져 죽은 곳). 명주실 한 꾸리를 다 풀어 넣고도 밑이 안 닿을 정도로 깊고 물이 차다고 한다.
겨울이지만 별로 춥지 않은 20일 오후 이곳 금장대에 올라보니 강 건너 동남쪽으로 경주 시내가 한 눈에 들어왔고 바로아래 꽁꽁 얼은 강위로 기러기들이 배회하고 얼지 않은 서쪽 강변에는 오리를 비롯한 수많은 철새들이 한가로이 수영을 하는 것을 보고 옛 사람들이 말한 金丈落雁(금장낙안)을 내 눈으로 확인한 감회를 아래와 같은 절구를 지었다.
登金藏臺 금장대에 올라
鷄林山水古今同(계림산수고금동)
계림의 산수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고
落雁金藏舊聞聰(낙안금장구문총)
금장낙안 기이함은 옛날부터 소문이 있네.
臺下江氷如面鏡(대하강빙여면경)
금장대 아래 강물은 얼어 거울 같은데
憑欄無語送飛鴻(빙란무어송비홍)
앉지 못하고 날아가는 기러기를 난간에 기대서서 말없이 전송하노라.
(2018.12.20)
〇 三奇(세 가지 기이한 물건)
1. 금자(金尺) : 사람의 병을 낫게 하고 죽은 사람을 살리는 신비한 자
2. 옥적(玉笛) : 세상의 파란을 없애고 평안하게 하는 신비한 피리
3. 화주(火珠) : 불을 일으키는 신비한 구슬
〇 八怪(여덟 가지의 괴이한 현상)
1. 남산부석(南山浮石) : 아슬아슬하게 떠있는 남산의 바위
2. 문천도사(蚊川倒沙) : 남천의 모래는 물 위에 떠서 강물을 거슬러 올라간다.
3. 계림황엽(鷄林黃葉) : 계림 숲에서는 가을이 아닌 여름에도 잎사귀가 누래 진다.
4. 금장낙안(金丈落雁) : 기러기들이 쉬어 가는 현곡면의 금장대.
5. 백율송순(柏栗松筍) : 백률사의 소나무는 가지를 친 뒤에 솔 순이 생긴다.
6. 압지부평(鴨池浮萍) : 안압지에 있는 마름은 뿌리를 땅에 내리지 않는다.
7. 불국영지(佛國影池) : 불국사의 다보탑은 영지에 비치고 석가탑은 비치지 않았다.
8. 나원백탑(羅原白塔) : 지금까지도 순백(純白)의 빛깔에 변함이 없는 통일 신라의 탑
* 왜 애기청소 또는 예기청소라 하며, 금藏대 혹 금丈대라 하며, 樓라 하지 않고 臺라 하는 지는 밝히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