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한국미술사

모신신앙(16) - 뱀신, 그리고 어머니 신

작성자촌사람|작성시간14.07.25|조회수383 목록 댓글 0

                      16. 뱀신, 그리고 어머니 여신

 루부르 박물관에는 기원 전 2025년 경에 라가쉬(수멜의 도시국가)의 왕 구데아가 자기의 부인인 여신에게 바친 꽃병이 전시되어 있다. 녹색 동석에 두 짝의 열린 문 안에 교미하는 두 마리 뱀을 조각하였다. 이 뱀들은 지팡이를 따라서 올라가면서 서로 꼬여 있는 형상이다. 그리스의 헤르메스 신의 지팡이와 비슷하다.

 뱀은 허물을 벗고 새롭게 젊음을 얻는 능력이 있다고 믿으므로 재탄생의 신비를 지닌 동물로 생각하였다. 뱀은 탄생의 주관자인 동시에 죽음을 관장하는 신이었다. 뱀은 흙 속에서 나무의 뿌리 사이에 살면서 샘, 늪, 수로를 자주 찾아가는 물의 주관자이기도 하였다. 재탄생을 치유와 연관시켜 의학의 신이기도 하다.

 

 페르시아의 사산 왕조 시대에 만든 인장에도 뱀을 신의 형태로 조각하였다. 우주를 상징하는 세계나무(우주수)를 나선형으로 감고 있는 뱀은 나무의 수호자이다. 이럴 때는 달이 항상 같이 조각되어 있다. 달은 기울어졌다가 다시 만월이 되기를 영원히 반복한다. 어둠을 벗어나서 새롭게 차오르는 달은 재탄생의 신비를 보여준다. 즉 달은 생명의 창조를 주관하는 자궁의 주기를 보여준다. 따라서 달은 지모신과 같은 존재이고, 달의 신은 여신이다. 뱀도 같은 역할을 함으로 지모신 계열이다.

성경의 창세기가 쓰여 지기 이전의 레반토 지역(가나안 지역)에서는 뱀은 백성들이 신앙하던 어엿한 신이었다. 성서 시대 이전에 이곳 사람이 남긴 많은 인장에는 우주의 축이랄 수 있는 생명의 동산을 표현한 것이 많다. 성서 시대에는 ‘에덴 동산’이라고 불렀다.

 생명의 동산을 표현한 내용들을 보면 뱀, 나무, 세계의 축(우주수), 태양, 물 등이다. 우주 동산에는 남신은 없고 여신을 표현하였다. 굴라-라우(데메테르에 해당하는 지모신이다.)가 앉아 있는 의자 뒤에는 뱀을 표현함으로 굴라-라우가 뱀신임을 강력하게 시사하고 있다. 성서 시대는 엄격한 부권사회이다. 신의 형태를 여성으로 나타낸 것은 의미가 있다.(이 시대의 작품에 남신을 표현한 것이 물론 있다.)

 

 엘레시우스 비의를 표현한 그리스-로마 부조상에는 데메테르와 그의 아들 플루토스를 조각하였다. 재미 있는 것은 데메테르의 왕좌 뒤에 뱀을 그렸다. 플로토스는 대지의 풍요를 상징한다. 신은 결코 소멸되어 버리는 것이 아니다. 죽더라도 여신의 가슴 속으로 들어가서 새로운 생명으로 재탄생한다. 달이 그림자를 벗어나서 새롭게 태어나는 것으로, 뱀이 허물을 벗어버리는 것과 같은 논리로 설명한다. 엘레시우스 입문 의식에는 입문자는 깊은 묵상에 잠겨 여신인 어머니에게 돌아감으로 인간의 껍질을 벗어버린다.(상징적으로 죽는다.) 그리고 다시 태어남으로 영원히 죽지 않는 존재(뱀 아버지)가 된다. 슬픔과 죽음으로만 바라보았던 이 세상이 영원히 생성함으로 환희를 인식하게 된다. 고대인에게 뱀은 생명의 탄생을 주간하는 모신적 의미가 강하였다.

 

 부처님이 보리수 나무 아래에서 깨달음을 얻는 과정도 이와 아주 유사하다.

 “부처가 깨달음 나무(보리수를 말하며, 우주수와 상통한다.) 아래에 부동의 자세로 앉아 있었다. 삶의 욕구와 죽음의 공포인 ‘카마 마라’(환각을 말한다고 한다)가 다가와서 온갖 유혹을 하면서 이곳을 떠나라고 협박하였다. 부처가 오른 쪽 손가락으로 땅을 가르키면서(항마촉지인을 말한다.) 자신을 도와주기를 청하였다. 대지의 여신은 부처님의 요청에 응하여 ‘백 번, 천 번, 백의 천 번을 우르렁거리며 내가 당신의 증인입니다.’라고 말하였다. 그 소리를 들은 마왕은 도망을 갔다. 부처님은 그날 밤에 깨달음을 얻었다. 재탄생을 한 것이다. 7일의 일곱 번(49일)이나 환희에 젖어 있었다. 그때 갑자기 폭풍이 휘몰아치면서 무찰린다라고 하는 막강한 뱀의 왕이 땅 밑에 있는 그의 자리에서 일어나서 나타났다. 축복받은 자의 몸을 일곱 번이나 감고, 축복받은 자의 머리 위에 그의 크다란 두건을 펼치면서 말 하였다. ‘추위도 더위도 각다귀도 파리도 바람, 햇빛도 기어오르는 생물도, 축북받은 자의 가까이는 오지 못하게 하리라,’그 후로 7일이 지나자 폭풍우는 끝이 나고 구름도 흩어졌다. 축복받은 잘의 몸을 칭칭 감고있던 무팔린다는 자기의 몸을 풀고 인간의 형체를 취하였다. 이마에 두 손을 올려 조아리면 축복받은 자에게 경의를 표하였다.”

 부처가 가르침을 얻는 전설에는 죽음으로부터 해방이라는 관념을 심리적으로 해석하는 것을 담고 있다. 이 전설을 자세히 검토해 보면 오래 전부터 내려오는 신화의 의미를 훼손하지 않고 드러낸 것임을 알 수 있다. 신화적 내용이 석가라는 실제적 영웅과 결합하면서 새로운 해석을 이끌어 내도록 발전하였다.

 

 성서에 나오는 ‘에덴 동산’의 이야기에서는 뱀의 지위가 달라진다. 뱀은 저주의 대상이다. 이런 변화가 왜 나타났을까?

 기원 전 1000년 경은 철기문화 시대이다. 헤브류인들은 그들이 점령하여 한 동안 통치하였던 지역의 신석기-청동기 시대의 신화를 받아들인 후에 부권사회에 맞도록 새롭게 구성하였다. 뱀은 선한 신에서 악의 신으로 추락하였다. 철기시대에 만들어지는 신화는 신석기 시대의 신화로 이어진다, 비록 변화는 하였지만 원래의 모습이 완전히 소멸되어 버리는 것이 아니고 흔적으로 남아서 존재한다.

 그리스 신화에서 호머 서사시 이전에 존재하였던 신화가 호머 이후의 신화에도 이어진다. 그러나 신들이 차지하는 영광의 자리를 고대에는 여신이 차지하였다. 고대신의 면모를 지닌 여신은 선과 악의 양면성을 모두 지니므로 내용들이 어둡고, 불길한 이야기로 전개되는 수가 많다. 여신들의 남편도 뱀신으로 표현되는 경우가 많다. 여신을 모시는 제의도 어둡고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경우가 많다.

 

 해리슨 여사는 그리스의 야외 축제와 비의를 연구하고, 호머 이전의 신화 흔적이 많이 남아 있다고 하였다. 이 의례에서는 주인공이 올림푸스 신족들이 아니고 음침하고, 불길한 모습을 한 여신들이다. 여신들의 남편으로는 주로 뱀신들이었다. 제의도 어둡고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호머 이후의 올림푸스 신들에게 올리는 제의는 광택이 나는 대리석으로 지은 사원에서 해가 돋는 밝은 아침에 올렸다. 밝은 빛이 퍼져나가는 아침 하늘을 향하여 제의를 올렸다. 제물은 우아하게 꽃다발로 장식한 황소를 바쳤다.

 그러나 여신에게 올리는 제의는 해가 지는 저녁에, 어둠이 깔리는 숲과 들판에 나가서 도랑에다 돼지나 인간을 제물로 올렸다. 도랑에 희생물의 피를 뿌리면 그 피는 도랑을 타고 흘러가다 땅 속의 깊은 심연 속으로 잦아들었다. 해리슨이 말하기를 ‘이들이 섬기는 신은 이성적이고, 인간적인 법을 지키는 신이 아니고 모호하고 비이성적이고, 악마적 존재들, 유령이나 도깨비같은 존재들이다. 이들은 아직 정식으로 신으로 예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이들에게는 나에게 베풀어주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고, 나에게 거두어 가기를 바라는 제의를 올린다.’라고 하였다.

 

 고대신들은 인간에게 행복만을 주는 존재가 아니다. 인간사에 이르는 온갖 불행도 신이 가져다 준다고 믿었다. 부디 악행을 베풀지 마세요, 라는 뜻을 담았다. 그래서 나에게서 부정적인 것, 불행의 요소들을 거두어 가버리면 행복해 지리라는 염원을 담고 있다. 우리도 최근까지 역병은 역귀가 가져다주는 것으로 믿었다. 유행병이 돌면 굿을 하는 이유도 바로 이런 관념의 결과이다.

북방에서 남하하여 올림픽 신족을 모시는 그리스인의 제의에는 뱀이 등장하지 않는다. 하늘, 태양을 향한 제의에는 남성적인 축구 경기, 사교적인 즐거움, 극장에서 제의적인 연극을 관람하고 향연을 베푸는 인간 중심적인 예술이 어우러진다. 더욱이 제우스 신과 뱀이 같이 등장하는 일은 거의 없다.

 파라에우스 지방에서 발견한 봉헌판에는 천신인 제우스를 뱀의 형태로 조각하였다. 해리슨은 이렇게 설명하였다. ‘뱀은 파리에우스 지방에서는 악마의 존재이다. 여신에게는 남편이나 아들이었다. 북방민이 이 지역을 점령하면서 원주민의 제의도 물려 받았다. 따라서 의례의 대상물이었던 뱀도 제우스로 대체하는 과정에서 제우스를 뱀으로 표현하였다. 과도기에 나타난 제의이다. 봄철이면 올리는 제의도 올림픽 경기처럼 축제적 제의가 아니고 원주민의 제의를 모방하였다. 이전에 악마의 신에게 올리던 희생제의 방식으로 돼지를 죽여서 피의 의례를 올렸다’

 

 그러나 호머 이전 시대인 크레타의 미노아 문명이나, 키클라데스 문명의 유물인 뱀-여신을 보면 어머니-여신이 항상 공포의 대상이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리스 고대 의례를 하나 더 보기로 하자.

“에피루스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아폴론에게 희생제의를 드린다. 그들은 일 년 중의 어느 하루를 선택하여 제일 큰 축제를 아폴론에게 올린다. 이 지역에서는 가장 큰 축제이다. 여기에는 아폴론에게 바쳐진 작은 숲이 있다. 숲은 담으로 둘러싸여 있다. 담 안에는 뱀들이 기어다니고 있다. 뱀들에게는 오로지 여사제만이 가까이 접근할 수 있다. 여사제는 벌거벗고 다가가서 먹이를 준다. 에피루스 사람들은 이 뱀들을 델파이의 피죤에서 내려왔다고 말한다. 여사제가 주는 먹이를 순순이 받아 먹으면 그 해에 풍년이 들고, 병도 유행하지 않는다. 그러나 뱀이 여사제를 위험하고 먹기를 거부하면 마을에 재앙이 닥칠거라고 믿었다.”

 호머 이전의 사람들에게 신이란 선한 면과 악한 면을 동시에 갖고 있는 양면성의 존재였다. 자연과 어울려서 자연의 질서에 순응하는 것이 농경이므로 풍년과 흉년도 자연에 맡길 수 밖에 없었다. 자연을 지배하는 신의 양면성을 수긍하고 복종하였다.

청동기 시대의 말기와 철기 시대의 초기에 북방에서는 아리안 족들이 소떼를 몰고 남하해 왔고, 남쪽에서는 샘어족들이 양과 염소를 몰고 들어왔다. 이들은 천신들, 즉 남신을 믿었다. 이들은 토착민이 고된 노동을 하면서도 자연의 질서에 묵묵히 순응하는 것이 비위에 거슬렸다. 용맹한 무사들인 이들은 악한 짓도 베풀고 있는 이들의 신을 폐기하였다. 침입자인 유목민은 선과 악을 가진 양면성의 신을 선한 신과 악한 신으로 나누었다. 정복자인 유목민은 선하고, 고귀한 면은 모두 자신이 갖고 온 신에다 부여하였다. 토착민의 신들에게 어둡고, 음침하고, 악랄한 악마적 요소를 떠 안겼다. 더 나아가서 부도덕한 것들은 모두 이들에게 넘겼다.

 

 여신들이 숭배 받던 농경지역에서는 여자들도 중요한 지위를 누렸다. 우리는 이런 사회를 모권사회 또는 모계사회라고 하였다. 그러나 이들이 피정복민이 되자 사정이 달라졌다. 철기 시대로 접어들면서 아리안 족이나 셈족의 용감무쌍한 영웅들이 불과 칼을 휘두르며서 이들을 정복하였다. 영웅들이 어둠의 세계, 악의 세계를 정복하였다는 영웅신화가 다양하게 만들어 졌다. 영웅들은 괴물들이 소유하고 있던 땅과 재산, 그리고 여자까지 차지한다. 그리고 후손들에게 자랑한다. 여호와도 우주의 뱀 레비이단을 처지하고 욥에게 이렇게 자랑하였다.

“너는 낚시로 레비이단을 낚을 수 있느냐? 그의 혀를 끈으로 묶을 수 있느냐? 코에 줄을 꿰고 갈구리로 꿸 수 있느냐? 그가 너에게 빌고 빌며 애처러운 목소리로 애원할 성 싶느냐? 너와 계약을 맺고 종신토록 너의 종이 될 성 싶느냐? 너는 그를 새처럼 노리개로 삼아 가지고 놀 수 있느냐? 끈을 매어서 계집아이의 손에 쥐어 줄 수 있느냐? 어부들이 값을 매기고 상인들이 골라 살 수 있느냐? 너는 그 살가죽에 창을 , 머리에 작살을 꽂을 수 있느냐? 손바닥으로 만져만 보아라. 다시는 싸울 생각을 하지 못 하리라.”

 

 성서의 이야기는 그리스 신화에도 나타난다. 제우스가 땅의 여신인 가이아의 막내 아들인 티폰에게 승리를 거둔다. 티폰은 반은 사람이고, 반은 뱀이다. 엄청나게 크다. 그의 몸은 악마적 요소를 모두 갖고 있다. 대지는, 즉 지모신은 남신에게 패배하고, 굴복하였지만 그들에 흡수 당하여 소멸되어 버린 것은 아니었다. 훗날에 이르면 이들은 수준이 높은 종교의 상징 속으로 들어와 웅크리고 앉아서 여전히 자신의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제우스가 뱀의 모습을 하고 숭배받는 이야기는 앞에서 하였다.

 그리스-로마 시대에는 부권적 남신이 모권적 여신에게 승리를 거두지만 구약에서 나오는 만큼 철저하지는 않다.

 

“야훼 하느님께서 여자에게 물었다. ‘어쩌다 이런 일을 하였느냐?’ 여자도 핑계를 대었다. ‘뱀에 속아서 따 먹었습니다.’ 야훼 하느님께서 뱀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이 일을 저질렀으니 온갖 집짐승과 들짐승 가운데서 너는 저주를 받아 죽기까지 배로 기어다니면 흙을 먹어야 하리라. 나는 너를 여자와 원수가 되게 하리라. 네 후손을 여자의 후손과 원수가 되게 하리라. 너는 그 발꿈치를 물려고 하다가 도리어 여자의 후손에게 머리를 밟히리라.”

 

 야훼는 여자를 저주해서 여자가 진통을 겪으면서 자식을 낳고 남편에게 복종토록 하였다. 이것은 부권사회를 확실하게 하기 위해서 여신에게 주는 마지막 일격이었다. 물론 남자들에게도 부권만 준 것이 아니고 댓가로 평생 동안 일을 하게 하였다.

 그러나 기독교를 새롭게 일으켜 세운 모세에게도 모신의 모습은 많이 남아 있다.

“야훼께서는 백성에게 불뱀을 보내시었다. 불뱀이 많은 이스라엘 백성을 물어죽이자---, 모세가 백성을 위하여 기도를 드리자, 야훼께서 모세에게 대답하였다. ‘너는 불뱀을 만들어서 기둥에 달아놓고 뱀에게 물린 사람마다 그것을 보게 하라. 그리하면 죽지 아니 하리라.’ 모세는 구리로 뱀을 만들어서 기둥에 달아 놓았다. 뱀에게 불렸어도 그 구리뱀을 처다 본 사람은 죽지 안았다.”

 성서에서도 하스기야 왕(기원 전 719-691) 시대에 예루살렘에서 구리뱀을 숭배하였던 사실을 말하고 있다.

 

 대지의 여신은 오늘도 죽지 않고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 북마크
  • 신고 센터로 신고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