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7일 목요일 입동 맑음. 진관사의 새벽 예불.
몇일 째 새벽에 잠이 오지 않아서 이른 새벽에 일어나 마을 주변을 산책하였는데, 오늘은 더 일찍 잠이 깨어, 옷을 많이 입고 진관사 새벽예불에 가보았다. 별 기력이 없어 최저 속도로 가다가 보니 1시간이 넘게 걸리어 4시가 거의 되었는데도 예불은 계속되고 있었는데, 참석자는 비구니 스님 5,6명과 보살들 10여명뿐으로 남자는 하나도 없었다. 아마 보살들도 대개가 이 절 안에서 봉사하는 사람들인 듯하였다. 한 30분 쯤 있다가 보니 끝나는 것 같아서 나왔는데, 역시 차를 몰고 나가는 사람은 하나도 못 보았다.
앞서 해인사나, 운문사 같은 절에서 거행하던 새벽법회가 가서는 구경꾼 같이 한쪽 구석에 가만히 앉아 있기만 하였으나, 오늘은 조금 따라서 해보려니 너무 자주 절을 하여 그대로 할 수가 없었고, 앉아서 책을 보면서 법문만 좀 따라서 읽다가 마지막에 일어나려니 현혼증이 났으나 조심스럽게 기둥을 붙잡고 서서 덧옷을 다 생겨 입고 나왔다. 집까지 돌아오는 데도 역시 1시간 이상 걸리었다. 들어가면서 “해탈문解脫門”이라는 대문을 지났는데, 나 같은 속인도 과연 “해탈”을 할 수가 있겠는지? 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후에 제자인 임도현 군이 낸 《이백 시선》이라는 아담한 책 1권이 우편으로 왔다. “지식을 만드는 지식”이라는 처음으로 듣는 출판사에 나왔는데, 문고판 377쪽에 값은 21,500원이다. 지금까지 전하는 이태백의 시 1,064 수중에서, 1)정치적 공명을 지향한 시, 2)그것을 이루지 못한 애달픔, 3)비참한 신세에 대한 토로, 4)떠돌며 홀로 지내는 외로움 등등을 담은 시 95수를 골라서 번역 주석 해설한 책이다.
당나라나 송나라 때 지식인들이 정치적인 공명을 추구하기 위하여서는 어떻게 행동하는가? 과거 시험을 보고, 이름 있는 지도자들에게 자기를 소개하는 글을 부지런히 쓴다. 자기를 소개하여 벼슬을 얻고자 적는 글을 “간알문干謁文” 이라고 하고, 그러한 목적으로 쓴 시를 “간알시”라고 하는데, 이 책에서는 이태백의 간알시를 중심으로 뽑은 것이다. 높은 사람에게 잘 보이려면 어떻게 하여야만 하는가? 상대방을 한 없이 추켜올리고, 자기 자신의 처지를 한없이 비참한 것으로 비하하면서도 은근히 자신의 능력은 높이 선전하여야 한다.
이태백은 항상 자기 자신을 “남다른 존재”로 여기면서, 역사적인 영웅이 되기 위하여, 때로는 정치적인 공명을 추구하거나, 또 어떤 때는 영원한 생명을 위한 신선술과 연단술을 추구하거나, 또 어떤 때는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자연 속의 은일을 추구하였다. 이 책에서는 주로 정치적인 목적을 추구하는 시를 뽑은 것이다.
지금까지 이태백에 대한 평가가 주로 그에 대한 “신선” 같은 호방한 모습만을 강조하는데 대한 부분적인 반론으로서 이태백이 “인간”으로서 감출 수 없는 비애를 자세히 짚어 보자는 것이 이 선집의 목표이다.
임군은 서울공대 금속공학과에서 학부, 석사를 한 사람인데, 영대로 와서 중문학과에서 학부와 석사를 다시 한 뒤에 서울대 중문과에서 박사를 하고서 지금 거기서 강의도 하면서 이영주 교수와 함께 《이태백문집》 완역본을 만들고 있다. 내가 영대에서 퇴직하고 대학원 강의만 몇 년 동안 하는 사이에 수강한 나의 영대 마지막 제자 중의 한 사람이다. 계속하여 역작을 낼 것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