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8일 수요일 맑음. 도산잡영 시 몇 수 의 성률(1)
서울의 강의에 시의 성률까지 좀 설명하여 달라는 어떤 수강자의 요청이 있었기 때문에 내일 대구에서 가르칠 시에 대하여서도 미리 좀 조사하여 적어 보았다. 그렇게 요청한 분의 연세를 물었더니 85세라고 하였다. 연세보다는 정정하게 보이니 다행이 었다. 한문 공부를 많이 하셨는지 물었더니, 강화도에서 태어나서 어릴 때 좀 배웠지만, 사전만 들여다 보고서 혼자 공부를 하려니 참 힘든다고 하셨다. 글자를 보는데 확대경을 들고 보시는 것을 보니 아마 내가 시간 중에 하는 설명도 그렇게 빨리 빨리 흡수하지는 못하는 것 같았으나 태도는 매우 진지한 것 같으니 반갑다. 이렇게 고령인데도 어릴 때 익히던 것을 다시 익혀 보고자 하신다니 놀랍다.
34 陶山書堂 도산서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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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舜親陶樂且安 순임금 친히 질그릇 구우니
대순친도낙차안(상평성 14 한寒 운) 즐겁고 또 편안하였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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淵明躬稼亦歡顔 도연명 몸소 농사지으니
연명궁가역환안(상평성 15 산刪 운) 또한 얼굴에 기쁨 넘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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聖賢心事吾何得 성인과 현인의 마음쓰는 일
성현심사오하득 내 어찌 터득하리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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白首歸來試考槃 흰 머리 되어 돌아와
백수귀래시고반((한寒 운) 《시경》의 〈고반시〉 읊어야지.
47 濯纓潭 탁영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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漁父當年笑獨醒 어부 그 당시
어부당년소독성(하평성 9 靑청 운) 홀로 깬 것 비웃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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何如孔聖戒丁寧 어떠한가? 성인이신 공자
하여공성계정녕(靑청 운) 훈계 친절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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我來叩枻吟風月 내 와서 노 두드리며
아래고설음풍월 바람과 달 읊조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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卻喜淸潭可濯纓 오히려 기쁘네, 맑은 못에서
각희청담가탁영(하평성 9 경庚 운) 갓끈 씻을 만함이.
49 東翠屛山 동취병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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簇簇羣巒左翠屛 빽빽한 뭇 봉우리
족족군만좌취병(靑청 운) 왼쪽의 취병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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晴嵐時帶白雲橫 개인 날 남기 이따금 띠고 있네,
청람시대백운횡(경庚 운) 흰 구름 걸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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斯須變化成飛雨 잠깐 만에 변화하여
사수변화성비우 날리는 비 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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疑是營丘筆下生 영구가 붓 대어
의시영구필하생(경庚 운) 생겨난 것이리.
50 西翠屛山 서취병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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嶷嶷羣峯右翠屛 우뚝우뚝한 뭇 봉우리는
억억군봉우취병(靑청 운) 오른쪽의 취병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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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藏蘭若下園亭 중턱에는 절 감추고
중장란약하원정(靑청 운) 아래로는 뜰 안에 정자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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高吟坐對眞宜晩 격조높이 읊조리며 마주하고 앉기에는
고음좌대진의만 저녁이 정말 알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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一任浮雲萬古靑 한번 뜬 구름에
일임부운만고청(靑청 운) 내맡기니 만고에 푸러르네.
51 芙蓉峯
부용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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南望雲峯半隱形 남쪽으로 구름낀 봉우리 바라보니
남망운봉반은형(靑청 운) 반은 형태 감추었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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芙蓉曾見足嘉名 부용봉은 진작 보이니
부용증견족가명(경庚 운) 아름다운 이름에 값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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主人亦有烟霞癖 주인 또한 산수를
주인역유연하벽 좋아하는 성벽 가지고 있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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茅棟深懷久未成 띠집 지으려는 깊은 마음
모동심회구미성(경庚 운) 오래도록 이루지 못했네.
3월 19일 목요일 맑음. 대구행
새벽 2시경에 잠이 깨여 더 이상 잠이 들지 않아서 컴퓨터 앞에서 작업을 하였다. 멀리 간다고 하니 좀 긴장이 되어서 일 것이다. 서울역에서 9시 반 차를 타고 대구에 오니 11시 12분이었다. 남계순 씨가 역까지 마중 나와서 점심을 사 주어 같이 먹으면서, 그 사이 3년 동안 밀양의 점필재연구소에 내왕하면서 한국고전번역원에서 주관하는 강의를 듣던 이야기를 많이 하여 주었다. 이 사람의 고향 마을은 영양으로 나의 고향과도 가깝고, 그 친정 아버지 되는 분도 내가 이야기는 들었는데, 금년 봄에 작고를 하셨다고 하니 안됬다. 우리와 비슷한 연배인데...
오후 강의 시간에는 비록 몇 사람이 나오지는 않았으나, 매우 수준이 높은 사람들이 수강을 하는지라 이야기는 오히려 하기 쉬운 점도 있었다. 도산서당 주변의 경관을 읊은 율시 4수를 읽었다. 미리 원문에 한글 발음도 적고, 모든 글자와 구절의의 평측과 각운까지 조사하여 표시하여 놓은 것을 복사하여 나누어 주고 설명하여 보았다.
저녁에는 경북대학 인문관 회의실에서 모인 영남중국어문학회의 논문상 시상식에 참석하고 회식까지 하고서 밤 9시 차를 타고 상경하였다. 집에 들어오니 밤 11시 반이 되었다. 이춘영 교수와 우재호 교수가 역까지 배웅하여 주었다.
저녁을 먹을 때 영남어문학회의 이사로 있는 김상환 원장(일신학원)이 곁에 앉아서 중국 심양에서 하던 사업이야기, 자기가 취미로 하는 이태리 요리 이야기 같은 것을 매우 재미있게 하면서, 곧 수성못 근처에 이태리식 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식당을 하나 개업 할 것이라고 한다. 인정이 매우 많은 사람이다.
오늘 경대 교정에서 매화와 진달래가 활짝 피고, 버드나무가 잎이 퍼런 것을 처음 보았다. 금년에는 삼동을 거의 서울에서만 지내서 그런지 겨울이 유난히 길구나 하였더니, 남쪽에는 그래도 이미 봄이 왔음을 알겠다. 지난 34년 동안을 영대의 넓은 교정을 거닐면서 계절의 변화를 누구보다도 많이 보고 살았고, 더구나 그 중 17년동안은 거의 매 주말을 청도의 촌집에 들어가서 흙을 발고 지냈는데, 그러한 일이 이미 일장의 춘몽과 같이 지나가버렸으니 생각하여 보면 참 아쉽다.
3월 20일 금요일 맑음. 한문 좌우명에 각운자를 유의하여야
이번 학기에 들어와서 서울에서 신설된 《고경중마방》(중국의 역대 좌우명을 이퇴계 선생이 모아둔 책) 강의(연대 철학과 이광호 명예교수 주관)에 들어가서 수강도 하면서 토론에도 참여하였다. 철학을 하는 사람들은 이러한 운문으로 된 글의 형식에는 별 주목을 하지 않고 있어, 이런 글에는 “각운을 달고 있다”는 것을 점을 앞에 나가서 흑판에 적어가면서 좀 설명하여 보았다.
이 강의는 그냥 강사 혼자서 강의를 하는 게 아니라, 젊은 전공자들을 데리고 와서 윤독을 시키면서, 일반 수강자도 토론을 하게 하는 것이 특징인데, 홍보가 잘 되어 이미 20여명이 넘는 사람들이 나오니 매우 흥황이다.
오후에는 화요일에 하던 붓글씨 연습을 이날 오후로 바꾸어서 하였다. 어제 오늘 이틀은 매우 바쁘게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