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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산일기(반농선생)

에집트 수중 유품전 관람, 소동파 문집을 읽으면서(한시) 등

작성자반농|작성시간18.09.05|조회수117 목록 댓글 0

8월 31일 금요일 맑다. 전쟁 영웅의 장례식을 화면으로 보다.

여기 시간으로 오전 내내 국립 추모예배당에서 거행된 베트남 전쟁 때 이름을 날렸던 전쟁 영웅으로 상원의원을 여섯 차례나 지내고 대통령 경선에도 2번이나 나왔던 존 맥캐인John McCain이라는 분의 장례식 장면을 TV에서 생 중개 하였다.

‘82녀과 ’83년 사이에 내가 동부의 명문 스탠포드 대학에 가서 1년간 교환 교수로 있을 때 보니, 그 분이 철학과에 초청되어 “인내란 어떤 것인가?”하는 강의 담당하여서 한 적이 있었다. 이러한 전설적인 인물의 이야기는 한국 TV에서도 일부가 방영되어 소개되었을 것이므로 여기서 내가 자세히 적을 필요는 없을 것 같고, 다만 그런 의식을 보면서 내가 외국사람, 특히 유교 문화권에서 자란 사람의 눈으로 볼 때 특별히 좀 처음으로 보고 느끼게 되는 자못 의아한 점 한 가지만 여기 적어볼까 한다.

고인은 해군사관[해군 파이럿트]이었기 때문에 교회에 속한 성가대이외에도 특별히 해군사관학교 생도들 성악대가 동참하여 군가도 몇 곡 불렀다. 그런데 그런 군가의 내용도 대개가 “하느님의 명령을 받들고 싸운다”는 내용이니 사실상 성가대가 부르는 찬송가나 따지고 보면 별 차이가 없는 것 같이 생각되었다. 그렇다면 미군이 싸우는 모든 전쟁이 과연 다 모두 하느님의 뜻을 따르는 정의롭고 성스러운 것이란 말인가? 이 점은 곰곰이 생각하여 보아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후에는 어제 사가지고 와서 소금에 절여둔 배추 열 포기로 김치를 만들었는데, 마치 무슨 큰 잔치를 준비하는 것 같은 분위가 이틀 동안이나 감돌았다.

9월 4일 화요일 맑음. 에집트의 “물에 잠긴 도시들” 인양 유물 전시회 구경.

이곳에서 제일 큰 박물관에서 열고 있는 에집트의 “물에 잠긴 도시들” 인양 유물 전시회 구경을 하였다. 얼마 전에도 가보라고 하였으나, 늙은 사람들이 미라 구경이나 한다는 것이 마음에 내키지 않아서 그만 두었더니, 오늘은 온 식구가 함께 가보자고 해서 따라 나갔다. 그런데 오늘 전시품은 모두 지중해 쪽에 있는 알랙산드라아란 도시 동쪽에 있었던, 1,200년 전에 바다에 매몰되었던, 두 개의 항구 도시의 수장품水葬品을 인양하여 보여 주는 것이라고 한다.

재미있는 것은 한 도시는 에집트 풍이 강하였고, 다른 한 도시는 그리스 풍이 강하였기 때문에, 이 두 다른 모습의 유품들이 나란히 발굴 되었다는 것이다. 이 일대는 알렉산드 대왕 때에는 그의 영향아래 들어갔고, 크레오파트라 여왕을 마지막으로 하여 에집트사람들의 나라는 완전히 망하고 그 이후에는 로마 제국의 일부가 되었다는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일직이 문명이 꽃 피었던 나라의 하나인데, 지금 에집트에 사는 사람들은 대개 회교를 믿고 지내니 역사에 연속성이 없다고 할 것이다.

오늘 본 전시품 설명 책자 중에서 “오싸이리스Osiris-에집트의 수물된 신비들”이란 책이 보이기에 1권을 샀다. 오싸이리스란 에집트 초기의 전설적인 지배자로 해마다 범람하는 나일 강물이 사라졌다가 나타났다가 하는 것과 같은 재생을 상징하는 신이 었다고 한다. 듣고 보니 어느 나라나 건국 설화에는 비슷한 점이 많은 것 같다. 이런 오싸이리스 성전이 에집트 곳곳에 세워졌던 것인데, 로마 제국이 지배하면서 점자 기독교를 국교로 삼자, 그런 신전을 모조리 파괴하게 하였다고 한다.

지금 이러한 대 인양작업은 프랑스 사람들과 영국, 미국사람들이 에집트 정부의 양해를 받고서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해중 고고품을 발굴 연구하는 분야를 “해양고고학” 이라고 한다는데, 현대에 들어와서 각종 기계와 장비들이 발전하면서 한결 쉬워져 가고 있다고 한다.

오늘은 미라 대신에 에집트와 그리스, 알렉산드 대왕과, 크레오파트라 여왕과 로마제국에 관련된 역사를 좋은 전시회를 통하여 조금 이해하게 되었으니 참 행운이었다.

넓은 공원의 높은 언덕 위에 세워진 박물관 정문을 나서서 보니, 한 없이 넓게 퍼진 하늘에 흰 뭉게 구름이 정말 무심하게 둥둥 떠 돌고 있다. 똑 같은 풍경도 더 아름답게 보이는 터가 틀림없이 따로 있는 것 같다. 이 박물관 주변은 큰 공원 지대로 동물원, 식물원, 보트 놀이 터 같은 것만 있지, 시야를 가로 막을 고층건물은 거의 안 보인다. 정말 좋은 곳이다.

요즘 소동파의 글을 읽고 있는데, 〈소동파를 읽으면서 우연히 감회가 일어讀蘇偶感〉라는 시를 1수 지어 보았다.


七月下旬留美州 칠월하순 유미주

음력 칠월 하순에  내가 미조리주에 묵다가 보니,

一無煩事不關收 일무번사 불관수

한 가지 번거로운 일도 없고, 또 무엇 하나

거두어들일 일 조차 없어 졌구나.

熙寧茂草當身沒 희녕무초 당신몰

 동파는 희녕 년간에 구법당파로 몰리어 잡초처럼 버림받아

신명조차도 위험하였다고 하였는데,

赤壁奇章盛世留 적벽기장 성세류

황주로 좌천되어 가서 쓴 적벽부 같은 기이한 작품은

도리어 크게 세상에 이름 날리게 되었구나.

鴻雁斷飛千聲絶 홍안단비 천성절

지금 나에게 가을 소식 전하는 기러조차도 날아오지 않으니

온갖 연락이 끊어져 버렸지만,

腦波連結萬藏流 뇌파연결 만장류

그래도 컴퓨터[電腦]는 연결되어 있으니

가지가지 좋은 책 내용 다 뒤져볼 수는 있다네.

縱橫檢索時過快 종횡검색 시과쾌

그러한 것을 종횡무진하게 검색하다가 보니

시간은 경쾌하게 흘러가는데,

吟詠其中羽化秋 음영기중 우화추

그러한 좋은  글 읊조리는 사이에

“우화이등선”한다는 가을이 되었구려.

*가지가지 좋은 책萬藏: 종이 책이 아니라 컴퓨터[電腦]로 찾아볼 수 있는 여러 가지 좋은 책. 나는 여기 오면서 종이 책은 거의 가지고 않았지만 컴퓨터만 켜면, 수많은 자료를 거의 아쉬움 없이 다 찾아내어 읽을 수 있다. 소동파에 관련된 글도 마찬 가지이다.

* “우화이등선羽化而登仙”: 소동파의 “임술년 가을 7월달 열 엿새 날에…”로 시작되는 〈적벽부〉의 중간에 나오는 말. 가을 날 밤에 적벽 아래서 배를 띄우고 노니 마치 날아다니는 새와 같이 몸이 가벼워 져서 신선이 되어 하늘로 날아갈 것 같다는 기분을 나타내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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