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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산일기(반농선생)

서거정(徐居正)의 〈국화불개 창연유작(菊花不開悵然有作)〉중 “만(謾)” 자의 번역

작성자반농|작성시간19.08.03|조회수257 목록 댓글 0

서거정(徐居正)국화불개 창연유작(菊花不開悵然有作)()” 자의 번역

 

 국화불개 창연유작(菊花不開悵然有作)

아름다운 국화가 금년에는 비교적 늦게 피어 / 佳菊今年開較遲

한 가을의 정과 흥취가 동쪽 울타리에 속았다 / 一秋情興東籬

서쪽 바람은 크게스리 정다운 생각이 없어서 / 西風大是無情思

누런 꽃에는 들지 않고 살쩍에 들었다 / 不入黃花入鬢絲

한국고전번역원 | 김달진 () | 1969

.

국화꽃 피지 않아 슬퍼하며 짓노라(菊花不開, 悵然有作)

 

佳菊今年開較遲 아름다운 국화 금년에는

가국금년개교지 피는 게 비교적 늦으니,

一秋淸興東籬 이 한 가을 맑은 흥취

일추청흥만동리 동쪽 울타리아래서 시들하구나.

西風大是無情思 서쪽 바람 정말로

서풍대시무정사 정다운 마음씨 없어,

不入黃花入鬢絲 누런 꽃에 불어들지 않고

불입황화입빈사 내 귀밑 털에 불어드네.

*빈사(鬢絲): 얼굴과 귀 사이에 나는 털로, 흔히 머리가 백발이 되기 시작할 때 이 부분부터 먼저 센다고 함.

 

아래의 번역은 내가 하여본 것이다. 이 번역을 보고서 미국에서 한국문학을 가르치는 한 친구가 다음과 같이 영어로 번역을 하여 보여 준다.

 

Longing for Chrysanthemums

Beautiful chrysanthmum blooms are late this year;

This autumn’s crisp air withdraws under the fence to the east.

Indifferent winds from the west blow on by;

Touching not golden petals, but on my temple, on my silvering hairs they land.

 

이 시는 작고하신 김종길 선생님께서 수 10년 전에 영국에서 한국한시 100수를 번역하여 낸 책에도 수록되어 있으며, 그 책의 제목을 이 시의 뜻을 취하여 “Slow chrysanthmum”이라고 붙이기도 하였다. 그 책이 지금 내 수중에 없어 거기서는 이 시를, 특히 여기서 문제가 되는 자를, 어떻게 번역하여 두었는지 잘 기억하지 못한다.

그런데 지금 앞에서 인용한 김달진 선생님의 이 글자 번역을 보니, “속았다라고 되어 있다. 내가 시들하구나라고 번역한 것 보다는 훨씬

뜻이 명확한 말이다. 어떤 뜻이 이 시구에서 더욱 알맞은 맞는 것일까? 자는 현대 북경어에서는 평성[2]일 때는 , 측성[4]일 때는 輕慢, 媟誤 廣範라고 뜻을 분간하여 설명한 사전(國音字典)이 있고, 우리나라의 운서 중에는 이 자가 평성일 때는 欺也, 측성(상성)일 때는 欺語, 且也라고 설명한 책(御定詩韻)이 있다. 그런데 여기서 欺也라는 말과 欺語라는 말에는 무슨 차이가 있는 것일까? 且也라는 말은 무슨 뜻일까? 아마 처음에 입기야 자가 붙은 말은 동사로 속인다는 뜻이고, 두 번 재 나오는 말은 속이는 말같이 명사로 사용한다는 것일까? 그 다음 且也라는 말의 뜻은 아직까지도 또한이나, “그러함에도 또한과 같은 부사일 것이다.

여기서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위의 시에서 이 자는 평칙 배열상 평성이 아니고 측성이어야 하는데, 측성으로는 이 글자가 (태만하다)” 자나 (산만하다)” 자와 비슷한 뜻을 가진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그래서 여기서는 이 국화꽃이 피는 것을 고의로 늦장을 부리기 때문에 크게 기대하고 있던 흥취가 사라진다는 뜻으로 시들하다고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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