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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산일기(반농선생)

장세후역 도잠(도연명) 평전을 대강 훑터 보고서

작성자반농|작성시간20.01.28|조회수171 목록 댓글 1

127(음력 정월 초이틀) 월요일 흐림

장세후 역 도잠평전(연암서가, 20, 1)

을 한차례 훑어보고서

 

1.

 

책이 나오자 말자 출판사에서 한 권을 보내어 주어서 매우 즐거운 마음으로 받아 구정 연휴 동안 한 차례 대충이나마 훑어보았다.

대체로 받은 인상은 이 책의 앞 절반이상 부분(도연명 시대의 역사, 철학 개괄)은 읽기가 쉽지 않았으나, 뒷 절반 부분(도연명의 작품 해설)은 그 앞부분 보다는 읽기가 쉬웠다고 할 수 있다. 왜 그럴까?

물론 그 앞부분의 역사·철학 분야에 대한 나 자신의 무지의 소치이기도 하겠지만, 이 분야에 대한 어려운 내용이 많이 나오는 이야기들에 대하여 한문원문 소개나 역주가 좀 더 많이 들어갔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반면에 뒷부분인 도연명의 작품해설 부분에서는, 오히려 평소에 내가 좀 읽고 번역도 하여 본 내용이 많은데다가 한문원문이 모두 제시되어 있고, 또 내용 자체도 작품에 대한 해설 위주로만 되어 있어 그래도 읽기가 한결 편하였다. 이 부분에도 역주는 별로 없었지만, 역주가 없어도 읽어 가는 데는 그렇게 막히는 데가 드물었고, 특히 한문원문과 대역하여둔 한글 번역문은 아주 흠 잡을 수 없이 잘 되어 있어 매우 즐거웠다.

 

2.

 

이 책은 남경대학 출판부에서 낸 중국사상가 평전 200중의 하나이고, 원 저자[李錦全]도 광주 중산대학 철학과 교수이다. 그렇다면 이 책에서 도연명의 사상과 철학은 어떤 것이라고 밝히고 있는가?

이 책 제4도잠의 자연관과 인생철학에는

 

1. 소박한 유물주의 자연관과 무신론

2. 유교와 도교를 아울러 종합한 자연 본성론

3. 도법자연에서 귀근숙명의 자연 명정론으로 돌아가다

4. 천명을 즐기고 명을 아는 인생 가치관

 

같은 항목이 이 평전의 핵심이라고 할 것이다.

도연명의 집안은 원래 한족이 아닌 소수민족인 계족溪族이라는 설도 있는데, 그가 쓴 도화원기에서 배를 타고 우연히 도화원을 찾아들어갔다가 나온 어부같은 사람이 곧 그의 선조의 모습일 것이라고 보는 학자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그의 증조부[]가 동진에서 장군으로 큰 공로를 세워 가문을 진작 시켰다고 하며, 이 집안은 대대로 도교의 일파인 천사도(天師道)를 숭상하여 왔다고 하는데, 그 당시의 지식인들은 일반적으로 유가외에도 도교 쪽으로나, 불교 쪽으로 많이 기우러져 있었다고 한다.

도연명도 인륜의 명분을 밝히는 교훈[名敎]을 중시하는 유교적인 습관에 따라서 젊을 때는 벼슬길에 나가가서 큰 공업을 성취할 것을 희망하기도 하였으나, 시국이 수습하기 힘들 정도로 어수선하여 지는 것을 보고서는 진작 발길을 거두고 고향 땅으로 돌아가서 은거를 시작하였다고 한다. 그래서 그의 정신 속에는 도가와 유가의 정신이 어느 정도 혼합되어 있어, 그는 겉은 유가이나 안은 도가였다고 한다.

그렇지만 그는 당시 천사도를 포함하여 일반 도교신자들이 흔히 자연을 숭상한다고 하면서 자연에 어울려 오래살기 위하여 신선되어 생명을 연장하여 보려고 하는 인위적인 시도 같은 것에는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그는 후한 시대의 유물론자이며, 무신론자였던 왕충王充 같은 사람의 노선을 추종하여, 종교가 아닌 선진시대의 노자, 장자 같은 도가 사상가들이 자연의 운행 변화로 복귀하려는 경향을 더 좋아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 책에서는 그 당시 일반 도교신자들이 자연에 대한 태도를 구자연설이라고 부르고, 도연명의 자연에 대한 태도를 신자연설이라고 구분하여 부르고 있다.

그는 또 어떤 조물주가 있어 생명을 창조하고 주관한다고도 믿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불교도들이 말하는 육체가 사라진 뒤에도 정신만이 남는다든가, 혹은 죽은 뒤에도 생명이 다시 윤회한다든가 하는 생각을 믿지도 않았다고 한다.

이러한 점에서 그는 소박한 유물주의자이며, 무신론자라고 할 수 있다고 한다.

 

이 책 제4장의 앞쪽에는 도연명이 몸[]과 그림자[], 정신[]의 관계에 관하여서 쓴

 

1. 몸이 그림자에게 보냄形贈影

2. 그림자가 몸에 답함影答形

3. 정신의 풀이神釋

 

세 편의 시를 소개하고 해설하면서, 도연명이 지닌 자연관, 무신론, 운명론 및 유교와 도교, 불교에 대한 태도 같은 것을 해설하여 가고 있다. 첫째 시는 신선도교의 구자연설을 반박한 것이고

我無騰化術 나는 신선술 없으니,

必爾不復疑 반드시 그러할 것을 다시 의심치 않는다.

 

둘째 시는 생명이 세간에 영원히 존재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세상에 살아 있을 때 좋은 일을 하여 이름을 남겨야한다는 명교설을 다루었으며,

立善有遺愛 선 이루면 사랑 남겨지리니

胡爲不自竭 어찌 스스로 힘을 다하지 않겠는가?

 

셋째 시는 몸과 그림자, 정신이 분리될 수 없는 의존관계임을 천명하였는데, 이러한 신자연설의 요지는 특히 당시에 여산에 머물던 고승 혜원慧遠 같은 스님이 주장하는 불교의 정신불멸론을 비판하면서, 우리 일신을 운명에 맡기고, 변화에 맡기는 데 있으며, 운명과 변화 또한 자연이라고 보는 것이라고 한다.

縱浪大化中 큰 변화 가운데 자유자재하면서

不喜亦不懼 기뻐하지 않고 또 두려워 하지도 않으리.

應盡便須盡 끝날 때가 되어서는 바로 끝나야 할 것이니

無復獨多慮 다시는 홀로 많이 근심하지 말 것이다.

 

3.

 

위에서도 이야기 하였듯이, 이 번역본을 읽어 가는데 전반 부분은 내용 자체가 좀 난해한데다가, 인용 원문도 없고, 역주도 거의 없으니 그렇게 쉽게 읽혀지지 않는다. 중국어 원본이 지금 수중에 있다면 이 번역본과 한 차례 대조하여 보고 싶은 생각도 나나, 지금 그렇게 할 겨를은 별로 없다. 다만 이 번역본의 앞뒤문맥으로 보아서 틀림없이 잘못 적어두었거나, 약간 잘못 옮겨 놓은 것 각각 한 가지만 지적하여 놓고자 한다.

237쪽 아래서부터 제5: 양계초와 도연명 두 사람의 도잠의 사상에 대한 평가는진인각陳寅恪

238쪽 중간 인용문 중: 그 가운데 새 모임 기철이라 하였네(其間神會稱耆哲)신회 출신을

*신회는 양계초의 고향임. 기철도 노 철인 정도로 풀어 주는 게 좋지 않을지?

 

새 책이 나온 것을 반기면서 눈에 들어오는 대로 몇 자 적어 보았다. 철학과 사학에 정통한 사람이 지은 책이 되어 그 나름의 특색이 두드러진 것은 틀림이 없으나, 옮기는 데는 쉽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한다.

 

4.

역자 서문을 보니, 학부 일학년 때 도연명 시를 이야기하여 주었다는 스승 이야기가 보이는데, 그 사람이 죽은 것을 헤아려 보니 이미 40년 세월이 지나갔다. 그 사람은 한편으로는 매우 내성적이며 아주 세심한 점이 있으면서도, 또 한 편으로는 매우 외향적이면서 대담한 점이 있어 참 독특하게 생각되었는데, 나는 도연명의 성격에도 그런 점이 있지 않았을까 생각하여 본다. 그 사람도 술을 매우 좋아하고, 촌사람들과 어울리기를 좋아하고, 또 병이 나도 걱정도 하지 않았던 점도 도연명과 매우 흡사하였다고 생각한다.

그 사람의 이름은 이휘교李徽敎인데, 나와 영해중학교 같은 반에서부터 시작하여, 영남대학교 중문과 창설 때까지 반평생을 자주 함께 어울리었던 사람이지만 43세로 죽었다.

역자가 한 학기밖에 배우지 못하였던 그 선생을, 이 책을 내면서 회상하는 것을 보니, 나도 그 친구 생각이 다시 떠오른다. 그 사람이야말로 도연명과 같이 縱浪大化中하야 不喜亦不懼하고 應盡便須盡하며 無復獨多慮 한 사람이 아니었을까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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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시지중닭 | 작성시간 20.01.29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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