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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산일기(반농선생)

한말 매천 황현의 〈절명시絶命詩〉-한국한시 해설 11

작성자반농|작성시간20.03.08|조회수453 목록 댓글 0

한말 매천 황현의 절명시絶命詩

 

鳥獸哀鳴海岳嚬

금수도 슬피 울고

산하도 찡그리니

槿花世界已沉淪

무궁화 이 강산은

이미 사뭇 망했구나!

秋燈掩卷懷千古

가을 등불 아래서 책 덮고

옛일 하나하나 생각하여 보니,

難作人間識字人

인간 세상에서 지식인 노릇하기

참으로 힘들구나!

-필자 졸역

 

*조수鳥獸: 나는 새와 발로 다리는 짐승. 금수. 주역》 〈계사전 하(繫辭傳下)옛날 포희씨가 천하에 왕노릇할 때에 위로는 하늘에서 상을 관찰하고 아래로는 땅에서 법을 관찰하며, 새와 짐승의 문과 천지의 마땅함을 관찰하며, 가까이는 자신에게서 상을 취하고 멀리는 사물에게서 취하였다. 이에 비로소 팔괘를 만들어 신명의 덕을 통하고 만물의 정을 분류하였다.古者, 包犧氏之王天下也, 仰則觀象於天, 俯則觀法於地, 觀鳥獸之文與地之宜, 近取諸身, 遠取諸物. 於是, 始作八卦, 以通神明之德, 以類萬物之情.

*: 미간을 찡그림. , 자와 통용.

*근화槿花: 무궁화. 최치원(崔致遠) 북국[발해][신라]위에 있도록 허락하지 않은 것을 사례하며 당나라 황제에게 올린 표문謝不許北國居上表〕〉 영단(英斷)을 내려 신필(神筆)로 거부하는 비답을 내리시지 않았던들 필시 근화향(槿花鄕)의 염치와 겸양 정신은 자연히 시들해졌을 것이요, 호시국(楛矢國)의 독기와 심술은 더욱 기승을 부리게 되었을 것입니다

*세계世界: 원래는 불교에서 많이 사용하던 용어[예를 들면 대천세계”, “연화세계”]였는데, 처음에는 대개 -_불교 사원같은 것을 묘사하는 시구에서나 더러 사용되던 이 말이 근대로 내려오면서 일어에서 영어의 world를 이 말로 번역하게 되면서, 점차 한자권에서 지구 위의 일반 공간을 뜻하게 된 것 같음. 참고: 당시에 보이는 이 말의 사용례

岑參 登慈恩寺登臨出丨丨, 磴道盤虛空

孟浩然 石城寺竹柏禪庭古, 樓䑓丨丨稀

杜甫 惠義寺鸎花隨丨丨, 樓閣倚山巔

溫庭筠 宿松門寺白石青崖丨丨分, 捲簾孤坐對氤氲

-전자판 사고전서 수록 패문운부佩文韻府

*침륜沈淪: 침몰. “자는 명사로는 잔물결”,동사로는 빠지다”, “잠기다는 뜻.

*엄권掩卷: 보던 책을 덥다. 북송 소철蘇轍유로재遺老齋: “책 가운데 뜻밖에 읽게 되는 느낌 많아서, 책을 덮고서 문득 길게 탄식한다네書中多感遇, 掩卷輒長吁

*인간人間: 여기서는 인간이 사는 세상에서라는 부사적인 의미로 사용되었음. 사기·유후(장량)세가:: “인간세상의 일을 버리고서, 신선인 적송자같은 사람과 어울리어 놀 것 입니다願棄人間事, 從遊赤松子矣

 

이 시는 지금 고등학교의 국어교과서에 수록되어 있다고 하며, 검색을 하여 보니 대입 수험준비 강의 같은 데도 이 시를 아주 자세하게 해설하고 있다. 첫 구절을 새 짐승 강산 같은 것을 마치 사람이 가지고 있는 감정이 있는 것 같은 활유법活喩法을 이용하여 감정이입感情移入을 시도하였고, 둘째 구절은 관계가 깊은 일부분[무궁화]으로서 대상[대한제국]을 들어내는 대유법代喩法을 사용하고 있다고 말한 것이 보인다. 매우 적절한 분석이다.

나는 우선 이 시에 나오는 몇 가지 단어에 대하여 생각하여 보기로 한다. 처음에 나오는 조수鳥獸라는 말에 대하여-비슷한 말로 금수禽獸라는 말도 있는데, 왜 이 말을 썼을까? 찾아보니 조수라는 말은 벌써 서경, 주역에도 나오며, 특히 주역·계사에서는

“[복희씨가] 위로 하늘의 상과 아래로 땅의 법을 관찰하고 곁으로 새와 짐승의 무늬와 땅의 적합한 것에 대해 관찰하며 가깝게는 자기에서 취하였고 멀리로는 다른 사물에서 취하여, 이렇게 함으로써 비로소 팔괘를 만들어 신명의 덕에 통하고 만물의 실상을 분류하고 정돈하니仰則觀象於天, 俯則觀法於地, 旁觀鳥獸之文, 與地之宜, 近取諸身, 遠取諸物, 始畫八卦, 以通神明之德, 以類萬物之情.”-정병석 역주 주역·(을유문화사, 2011) 613

 

라고 하였다. 그러니 이 시의 첫머리에 나오는 조수해악은 각각 이 땅위에 나타나는 중요한 무늬, 상징 같은 것을 아주 크게 포괄하는 의미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대신 금수라는 말은 주로 도덕적인 측면에서, 인간과 같은 도덕적인 행위를 하지 못하는 짐승이라는 뜻이 강하니 여기서 사용하기는 좀 부적절할 것이다.

그 다음 줄에 나오는 근화세계槿花世界라는 말은, 비슷한 뜻을 가진 근역槿域”, 또는 근화향槿花鄕은 더러 이전부터 사용한 증거가 더러 보이지만, 이 말을 사용한 전거는 별로 보이지 않는 것으로 보아서, 위의 역주에서 밝힌 바와 같이 이 말은 한말 당시로서는 자못 새로운 의미를 풍기는 신조어, 또는 신유행어가 아니었을까 생각된다.-이와 관련된 조사는 좀 더 천착하여 보아야 할 것 같다.

앞의 두 구절은 읽으면 당시의 상황이 너무나 통탄스럽고, 후반부의 두 구절을 읽으면 어느 시대나 과연 지식인의 역할과 사명이 무엇인지 뼈저리게 반성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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