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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산일기(반농선생)

매월당 김시습의 <갑자기 개였다가 갑자기 비오다가乍晴乍雨>

작성자반농|작성시간20.04.19|조회수232 목록 댓글 0

17. 사청 사우(乍晴乍雨)

김시습(金時習)

 

잠깐 개었다 다시 비오다, 비오다 또 개누나 / 乍晴還雨雨還晴

천도도 그러하거니 하물며 세상의 인정이겠는가 / 天道猶然況世情

나를 칭찬하는가 하면 어느새 나를 헐뜯고 / 譽我便應還毁我

이름을 피하는가 하면 문득 이름 구한다 / 逃名却自爲求名

꽃이 피고 꽃이 지는 걸 봄이 어찌 관장하리 / 花開花謝春何管

구름이 가고 구름이 와도 산은 다투지 않는다 / 雲去雲來山不爭

세상 사람들에게 말하노니 모쪼록 기억하라 / 寄語世人須記認

즐거움을 취할 곳은 평생토록 없다는 것을 / 取歡無處得平生

-속동문선 제7/ 칠언율시(七言律詩)

한국고전번역원 | 김달진 () | 1969

 

개이다가 비오다가(乍晴乍雨)김시습(金時習)

 

乍晴還雨雨還晴 잠간 개었다가 다시 비 오다가,

사청환우우환청 비 오다가 다시 개이네.

天道猶然況世情 하늘의 이치도 오히려 이러하거늘

천도유연황세정 하물며 세상 인정이랴?

譽我便應還毁我 나를 칭찬하다가도 곧 도리어

예아변응환홰아 나를 헐뜯는 소리에 맞장구치고,

逃名却自爲求名 이름나길 꺼린다 하나 도리어

도명각자위구명 스스로 명예를 구하는 짓 하네.

花開花謝春何管 꽃 피고 꽃 진들

화개화사춘하관 봄이야 무엇을 상관하겠는가?

雲去雲來山不爭 구름 가고 구름 와도

운거운래산부쟁 산이야 다투지 않는다네.

寄語世人須記憶 이 한 말 띄우노니, 세상 사람들아

기어세인수기억 꼭 기억해 다오!

取歡無處得平生 즐거움만 취하려 하나, 평소에

취환무처득평생 꼭 그렇게 되기를 기다릴 수만은 없다는 ……

  -졸역

*사청사우(乍晴乍雨): 출전 매월당집4. 각운 , , , , 하평성 경() . 날씨가 겉잡을 수 없이 변하듯이 사람의 인심도 종잡을 수 없이 자주 바뀜을 꼬집어 노래하고 있음.

*김시습(金時習; 14351493): 조선 초기의 문인이며 생육신의 한 사람. 호는 매월당, 또는 동봉(東峰). 어릴 때 신동이라는 소문이 임금에게 알려질 정도로 장래가 촉망되었으나, 21세 때 수양대군의 왕위 찬탈 소식을 듣고 보던 책을 모두 불살라 버린 뒤에, 스스로 머리를 깎고 중이 되어 전국 각지를 시를 지으며 방랑하다가 59세로 충청도 홍산(鴻山)의 무량사(無量寺)에서 병사함. 저서 금오신화, 매월당집23 (이 가운데 15권이 시로 2,200여 수가 전함). 한백4-757 참조.

*사우사청(乍雨乍晴): 송나라 구양수의 비단 씻는 시내(浣紗溪)

 

잠간 비 내리다가 잠간 개이니 꽃은 저절로 떨어지는데乍雨乍晴花自落,

추위 근심하고 한가로움 고민하다가 보니 하루해도 지겹게 길구나寒愁閑悶日便長

오등회원五燈會元(14): “마루에 오르니 잠간 비 오다가 잠간 개이며, 잠간 춥다가 잠간 더우니, 산승의 일은 산승이 스스로 알고, 사람들의 일은 사람들이 저절로 이야기 합니다上堂, 乍雨乍晴. 乍寒乍熱, 山僧底箇, 山僧自知, 諸人底箇, 諸人自說

불조통재佛祖通載(20): “[금 나라 보암普庵선사가, 홀연히 어느날 붓을 찾아서 절의 서쪽 벽에 적기를]

 

갑자기 비 오다가 갑자기 개이니 사물의 모습 밝아지더니乍雨乍晴寳象明,

동서남북에 어지러운 구름 생겨나는 구나東西南北亂雲生.

구슬 다 잃어버리고 사람이 겁탈을 당할 때라도失珠無限人遭刼,

헛것으로 보고 재치있게 대응한다면 그대가 맑게 되겠네幻應權機為汝清

 

*평생(平生): 평소라는 뜻과 일생이라는 뜻이 있는데―《한사2-924, 여기서는 전자의 뜻을 취하였다. 왜냐하면 이 구절 안에서 평생(일생)이라고 하면 뜻이 너무 막연한 것 같으나, 평소라고 하면 좀 구체적이기 때문이다.

*이 마지막 구절의 자의 뜻은 기다리다“()이다.왕숙민(王叔岷), 고적허자광의(古籍虛字廣義), p. 241.

 

[해설]

 

이 시는 뜻이 별로 어렵지는 않다.

제목에 나오는 잠간 비 내리다가 잠간 비 개였다가[乍晴乍雨]” 라는 말은 원래는 날씨를 표현하는 말이지만, 사람의 마음이 이렇다가 저렇다가바뀌는 것 같이 바뀌어 가는 것, 또는 세상일이 이렇다가 또 저렇다가하면서 바꾸어 가는 것등등으로 비유하여 표현하는데. 일기나, , 또는 스님들의 설법에도 가끔 등장하는 단어이다.

 

이 말이 들어가는 시에는 흔히 한 구절 안에 똑 같은 글자를 중첩하여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시에서도 8구 중에서 5구나 그렇게 똑 같은 글자를 중첩하여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 매우 독특하다. 한 수의 시 안에서 어떤 글자를 딴 구절에서 중복하여 사용하는 것은 작시법에서 일반적으로 시원치 않게 보나, 이렇게 한 구절 안에서 똑 같은 글자를 되풀이하여 사용하는 것은 오히려 바람직한 것으로도 보는데, 아마 똑 같은 글자의 똑같은 발음이 중복됨으로써, 음률적인 효과도 나타나면서, 말하고자하는 말의 의미 전달도 더욱 확실하여 질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지만 어떤 경우에는 이렇게 한 구절 안에 똑 같은 글자를 사용하는 것이 언어의 유희와 같이도 보일 수도 있다. 더구나 이 시와 같이 8구로 된 시행 안에서 절반 이상인 5구나 이렇게 똑같은 자를 중복하여 적는 경우에는 그러한 유희적인 요소가 아주 짙은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거침없이 변하는 것 중에는 그렇게 변화하지만 본래 모습이 그러하니 아무 탈이 없는 것도 있지만, 변하면 안 되는데도 거침없이 이렇게 하다가 곧 저렇게 바꾸기 때문에 아주 고약한 것이 있다. 앞의 것은 자연의 변화에 해당되는 것이니, 바로 날씨, , 그름 같은 것이고, 뒤의 것은 사람의 마음씨 같은 것이다. 사람의 마음씨는 비단 변화만 할 뿐만 아니라 말로는 이렇게 한다고 하면서도 오히려 행동은 그것과 정반대로 하는 거짓말, 거짓된 행동까지도 서슴치 않고 한다. 이러니 참 고약한 것이다.

이렇게 이 시는 사람이 하는 짓이란 도리어아주 고약한 것이니, 자연과 같이 변하는 것 같지만 다시 평정을 지속하는 것은 없으니, 아예 좋은 것만 계속되고, 바쁜 것은 영원히 나타나지 말기 바라서는 안 될 것이라고 해학적으로 훈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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