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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시

나무-박목월

작성자kongja|작성시간09.03.14|조회수926 목록 댓글 0

 

첨부파일 나무-박목월.hwp

 

나무

-박목월

유성에서 조치원으로 가는 어느 들판에 우두커니 서 있는 한 그루 늙은 나무를 만났다. 수도승일까, 묵중하게 서 있었다. 다음날은 조치원에서 공주로 가는 어느 가난한 마을 어귀에 그들은 떼를 지어 몰려 있었다. 멍청하게 몰려 있는 그들은 어설픈 과객(過客)일까, 몹시 추워 보였다. 공주에서 온양으로 우회하는 뒷길 어느 산마루에 그들은 멀리 서 있었다. 하늘 문(門)을 지키는 파수병일까, 외로워 보였다. 온양에서 서울로 돌아오자, 놀랍게도 그들은 이미 내 안에 뿌리를 펴고 있었다. 묵중한 그들의, 침울한 그들의, 아아, 고독한 모습. 그 후로 나는 뽑아 낼 수 없는 몇 그루의 나무를 기르게 되었다.

 

* ‘나무’에 대한 화자의 인식 변화 과정 - 사물로서의 나무를 화자는 수도승으로, 과객으로, 파수병으로 보면서 사물에 스민 의미를 발견해 나간다. 수도승, 과객, 파수병은 모두 단독자로서의 고독의 표상이다. 이것이 화자의 내면에 자란다는 말은, 그 나무와 같이 화자 또한 본질적으로 고독한 존재라는 인식과 합치되었음을 의미한다. 그리하여 화자는 사물을 통해 자신의 삶의 본질을 인식하게 된다.

* 유성에서 서울까지의 여행길이 지니는 시적 의미 - 화자는 먼 유성에서 애초의 출발 지점인 서울로 되돌아오는 길의 도정에서 세계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가진다. 유성에서 서울로 가까이 올수록 인식은 점점 명료화되고 서울에 이르게 될 때 본질적 인식에 도달한다. 이는 삶의 본질적 의미를 되찾는 구조를 가지는데, 삶의 시원적 근본으로 회귀하는 내면적 인식의 길과 합치한다.

 

● 이해와 감상

이 시는 화자가 여행 중에 본 나무들을 통해 자신의 내면의 모습을 발견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화자는 여행 중 나무에게서, 수도승, 과객, 파수병의 이미지를 떠올리는데, 이는 모두 고독하고 쓸쓸한 모습이다. 그런데 화자는 귀로에서 이 나무들이 외부의 풍경으로서가 아니라 화자의 내면에 자라나고 있음을 깨닫는다. 이것은 화자의 내면에도 나무와 같은 고독이 짙게 깔려 있음을 발견하는 일이며, 외부로 향한 시선을 내부로 돌리면서, 외부의 사실과 시적 자아의 내부의 사실을 의식적으로 착란(錯亂)시켜 나무와 자아의 시적 일체감을 형성한 것이다. 또한 구체적 지명, 시간의 표현을 통해 시적 현장감을 준다.

 

● 핵심정리

▶갈래 : 자유시, 서정시, 서경시

▶성격 : 서경적, 관조적

▶표현 :

①유사한 문장 구조를 반복함으로써 주제를 부각시키는 동시에 안정감을 준다.

②시적 화자의 내면의 변화를 객관적 상관물인 ‘나무’를 통해 간접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의의 : 삶의 다각적인 형상을 묘사하면서 고고하고 진실한 구의(究意)의 의미를 나타내고 있다.

▶주제 : 묵중하고, 침울하고, 고독한 삶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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