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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시

오래된 서적 - 기형도

작성자테라칸공|작성시간09.10.20|조회수1,130 목록 댓글 0

오래된 서적 - 기형도

 

내가 살아온 것은 거의 / 기적적이었다.

오랫동안 나는 곰팡이 피어 / 나는 어둡고 축축한 세계에서

아무도 들여다보지 않는 질서                                          ▶타인과 단절되어 외롭게 살아온 삶

 

속에서, 텅 빈 희망 속에서

어찌 스스로의 일생을 예언할 수 있겠는가

다른 사람들은 분주히

몇몇 안 되는 내용을 가지고 서로의 기능을

넘겨보며 서표(書標)를 꽂기도 한다.

또 어떤 이는 너무 쉽게 살았다고

말한다, 좀 더 두꺼운 추억이 필요하다는

                                                 ▶희망을 지닐 수 없어 일생을 예언할 수 없는 삶

사실, 완전을 위해서라면 두께가

문제겠는가? 나는 여러 번 장소를 옮기며 살았지만

죽음은 생각도 못했다, 나의 경력은 / 출생뿐이었으므로, 왜냐하면

두려움이 나의 속성이며 / 미래가 나의 과거이므로

나는 존재하는 것, 그러므로

용기란 얼마나 무책임한 것인가, 보라

                                                ▶벗어나기 위한 용기조차 가질 수 없는 절망적 삶

나를

한번이라도 본 사람은 모두

나를 떠나갔다, 나의 영혼은

검은 페이지가 대부분이다, 그러니 누가 나를

펼쳐볼 것인가, 하지만 그 경우

그들은 거짓을 논할 자격이 없다

거짓과 참됨은 모두 하나의 목적을

꿈꾸어야 한다, 단 / 한 줄일 수도 있다                          ▶검은 페이지가 대부분이었던 삶

 

나는 기적을 믿지 않는다.▶기적을 믿지 않는 ‘나’

 

* 내가 살아온 것은 거의 기적적이었다 : 화자의 삶이 매우 힘겨웠음을 의미함.

* 오랫동안 나는 곰팡이 피어~들여다보지 않는 질서 : 자신의 삶을 부정적으로 인식.

‘오랫동안’-출생부터 현재까지의 물리적 시간 +심리적 길이.

‘곰팡이, 어둡고 축축한 세계’-골방 같은 유폐의 공간

‘아무도 들여다보지 않는 질서’-외부와의 소통, 교감의 단절. 무관심의 대상. 고립된 존재로서의 자아 인식. ‘질서’는 형식적으로는 ‘화자 자신=서적’을 비유(은유법)

* 몇몇 안 되는 내용 : 빈약한 경험

* 서표(書標) : 읽던 곳이나 필요한 곳을 찾기 위해 책갈피에 끼워 두는 종이쪽지나 끈. 표지(表紙). - 삶을 서적에 비유

* 두꺼운 추억 : 읽던 곳이나 필요한 곳을 찾기 위해 책갈피에 끼워 두는 종이쪽지나 끈. 표지(表紙). - 삶을 서적에 비유

* 두려움이 나의 속성이며 미래가 나의 과거이므로 : 자신의 미래 삶까지도 부정적으로 인식

* 용기란 얼마나 무책임한 것인가 : 절망적 삶에서 벗어나려는 시도가 부질없다는 생각

* 검은 페이지가 대부분이다, 그러니 누가 나를 펼쳐볼 것인가 : 자신의 삶을 서적에 비유 - 부정적 인식

* 나는 기적을 믿지 않는다 : 화자 자신의 부정적 세계에서 얻은 결론

 

■ 핵심 정리

▶ 주제 : 삶에 대한 절망적이고 비관적인 인식

▶ 특징 :

① 다른 대상에 빗대어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② 의도적 행갈이를 통해 연을 구분하여 해석의 다양성을 꾀하고 있다.

▶ 시상의 흐름

1연 : 어두운 세계에서 기적처럼 살아온 나

2연 : 희망 없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

3연 : 삶의 두려움에서 비롯되는 용기의 무기력함

4연 : 검은 페이지인 나의 영혼

5연 : 기적을 믿지 않는 나

 

■ 해제

이 시는 오래되고 낡은 서적에 빗대어 자신의 인생에 대해 말하고 있다. 그의 인생은 한 마디로 비극적이다. ‘나의 영혼은 / 검은 페이지가 대부분이다’라는 화자의 진술은 타인들과 단절되어 혼자만의 공간에서 외롭게 살아온 비극적 삶을 단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그래서 ‘어둡고 축축한 세계에서 / 아무도 들여다보지 않는 질서’란 화자가 아무도 자신(영혼)에게 관심을 가져 주지 않는 외로운 처지에 놓여 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살아온 화자에게 자신의 삶은 ‘기적적’일 수밖에 없다. ‘기적적’이라는 말에는 삶의 매순간이 힘겨웠다는 인식과 자신의 삶이 죽음으로 이어질지 모른다는 인식이 결합되어 있다. 그래서 화자에게 미래의 삶은 어둡고 암울했던 과거와 전혀 다를 바가 없는 것이다. 과거가 짐 지고 있는 그 암울하고 어두움의 무게만큼 화자의 삶은 ‘오래된’ 것이다. ‘오래된’은 기계적, 물리적 시간이라기보다는 고통으로 인한 심리적 시간과 연관되어 있는 것이다. 화자의 오래된 고통은 ‘나는 기적을 믿지 않는다.’라는 시의 마지막 연과 연계되어 비극적인 울림을 전하고 있다.<EBS>

 

첨부파일 기형도-오래된서적.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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